[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41>어느 시장 선점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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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게임에는 장르가 많다. 최근 잘나가는 게임은 실시간전략게임(RTS) 장르다. 예전에는 기술상 여러 명이 동시에 하지 못하고 한 사람씩 순서대로 했다. 그래서 순차전략게임(TBS)이라고 불렸다. 단지 이 장르의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예전이나 요즘이나 기본은 '땅따먹기'라는 점이다.

요즘 좋은 경영지가 늘었다. 좋은 제안과 사례도 많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은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실상 대단한 혁신 사례조차 “이걸 어떻게 적용하라는 거야”란 질문에 남겨진다.

굳이 저자의 말주변이 없는 탓일까. 설명이 어려운 이유일까. 혹은 단순한 설명이 진수를 드러내기 좋은 탓은 아닐까. 리처드 다베니 미국 터크대학 경영대학원 교수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자.

다베니 교수는 한 포천 500 기업의 자문에 응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사례를 공개하려 하자 기업은 난색을 지었다. 이름을 밝히지는 말아 달라고 한다. 그래서 칼럼에는 이 하이테크 기업을 '1등 기업' 정도로 표기하기로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시장을 놓고 벌인 선점 전략을 설명하자니 다른 경쟁 기업을 빼놓을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다른 세 개 기업에는 가짜 이름을 붙였다. 이 가짜 이름으로 추론해 보면 그 선도 기업의 경쟁자 가운데 둘은 일본 기업인 듯하다.

이 사례의 배경은 이렇다. '1등 기업'은 이 시장 최고의 선도 기업이다. 시장의 최고가이자 최고 성능 세그먼트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시장에 멀찍한 중하단부엔 앞에서 말한 3개 경쟁 기업이 시장을 분할하고 있다. 이 형국만 보면 프리모의 승승장구엔 걸림돌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들 세 기업은 혁신을 밀어붙인다. 세 기업 모두 시장 예측치를 넘어서는 신제품을 준비한다. 한 기업은 최저가 시장을 확실히 확보하려 했다. 가격 대비 성능을 한층 높였다. 다른 2개 기업은 중저가 시장에서 낮은 가격과 고성능 제품 출시를 준비했다.

만일 이대로 된다면 자연스럽게 '1등 기업'의 고가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칫 고가 사양만 남기고 시장에서 밀려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었다.

프리모는 급히 계획을 수정한다. 신제품을 연이어 출시하기로 한다. 신제품은 모두 전문가들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성능이었다. 첫 제품은 고성능 시장을 확실히 틀어잡았다. 두 번째 제품으로는 기존에 없던 프리미엄 세그먼트를 만들었다. 셋째 제품은 그동안 비어 있던 중가시장으로 밀고 내려왔다.

이렇게 되자 설 자리를 잃은 경쟁 기업 하나는 결국 시장에서 철수한다. 중저가 시장에서 버티는 다른 기업 하나는 이 시장에서 밀려나 다른 경쟁 기업이 자리 잡고 있던 저가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렇게 선점 전략은 완성됐다.

얼마 전 낸드플래시를 놓고 세계 최고 기업에 선방을 날린 어느 6위 기업의 얘기는 다베니 교수를 떠올리게 한다. 사례 기업 이름조차 밝히지 않은 이 한 편의 칼럼이 주는 메시지는 크다.

아마도 지금쯤 이 예상 밖으로 훅 들어온 한 수에 선도 기업은 다음 착점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선수를 놓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짠 시나리오가 선수를 뺏긴 후 같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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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