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데이터기본법 제정, 개인정보보호법과 관계에서 재논의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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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데이터기본법 제정, 개인정보보호법과 관계에서 재논의돼야

데이터는 외국어인가 외래어인가. 외국어로 사용될 경우 '정보'로 번역되고, 외래어로는 '데이터'로 표기된다. 외국어로서 '정보'로 번역된 사례(개인정보보호법, EU GDPR)가 있는 반면에 외래어로서 법령 명칭으로 사용된 경우(공공데이터법, 데이터기반행정법)도 있다. 국내에서 데이터와 정보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보여 준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데이터기본법(안)은 데이터라는 용어를 사용한 새로운 법률안이다. 이 법률안은 개인정보보호법과의 관계 혼란, 입법 과정 논란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더욱이 '기본법'이라는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개인정보를 포함한 데이터 관련 기본법 성격을 띠는 것처럼 오해도 불러일으킨다.

데이터기본법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우선 적용됨으로써 개인정보 보호 체계와 적용상 혼란을 발생시킬 수 있다. 법률안이 규정하는 데이터, 데이터 주체, 개인 데이터 처리자 등의 개념에 따르면 데이터에는 개인정보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 이 법률안은 개인정보도 규율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에 따라 데이터기본법이 개인정보보호법에 우선 적용됨을 명시한다. 이는 어떤 법이 개인정보보호법제에서 기본이 되고 중심을 이루는지 법 체계에 혼란을 발생시킬 것이다.

데이터기본법이 제정되면 개인정보보호법의 최소수집원칙 등 개인정보 원칙이 형해화되고, 적용상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특히 개인데이터 이동권은 개인정보보호법과의 사이에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이 제도는 데이터 주체의 관리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논의가 시작됐지만 실제는 산업 활용이라는 배경이 깔려 있다. 현재 이동권의 성격이 무엇인지, 실태가 어떤지, 정보 주체 정보열람권과의 관계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도입 여부에 대한 사회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도입 추진은 논란을 종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할 뿐이다. 좀 더 세심한 논의가 필요하다. 만약 도입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범위, 방법 등을 상세하게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데이터기본법 제정은 해커톤 등 사회 합의를 거쳐 개정한 통합 개인정보보호법의 입법 취지에도 어긋난다. 법률안 가운데 '개인데이터의 정보 분석을 위한 이용'은 데이터 주체의 동의 원칙과 예외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미 과학 연구 목적 등 한정된 목적 아래에서의 가명 처리를 통한 개인정보 활용을 허용한 데이터 3법 취지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최근 사회 합의를 통한 입법이 있음에도 그와 별개로 입법하는 것은 국가 정책의 일관성이나 안정성을 해치고 수범자의 혼란만을 초래할 뿐이다.

입법은 막대한 공공 자원 투입, 사회 비용 증가, 국민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 작용이다. 현실 파악이 전제되고 현상 변화를 최소화하는 '최소한의 입법 원칙'이 견지돼야 한다. 입법이 현실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선행하는 현실 반영에 만족해야 한다. 헌법상 적법한 입법 절차는 입법이 현실을 충실히 반영하는지, 그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 절차를 제대로 준수하는지가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이 법률안이 입법 목적에 걸맞은 현실에 대한 충분한 체감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데이터 활용이라는 거대한 담론에 앞서 실제 어떤 필요성이 현실에 존재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는 또 하나의 입법 실험에 불과하다. 시민, 사회,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됐는지도 재점검해야 한다. 이는 헌법이 요청하는 최소한의 입법 절차이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데이터 경제,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사회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적용과 새로운 기술 발전 사이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가 있다. 새로운 과학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개인정보보호법을 만들 것인가의 문제다. 예컨대 자율주행차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개인정보를 수집, 활용토록 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지만 이를 위해 별도의 자율주행차 운행을 위한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법 체계상 원칙과 예외에 대한 정확한 좌표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입법 원칙이자 방법의 문제이기도 하다. 데이터기본법(안)이 개인정보보호법과의 관계를 감안, 원점에서 깊이 있는 재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황창근 홍익대 법대 교수 wolgam@hongi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