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40조 투자]반도체에 집중 투자…P3 생태계 조기 활성화 기대

[삼성 240조 투자]반도체에 집중 투자…P3 생태계 조기 활성화 기대

삼성이 미래 준비를 위해 향후 3년 동안 투자하기로 한 240조원 상당 부분이 첨단 혁신 사업에 집중될 전망이다. 앞서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 171조원을 쏟아붓기로 한 삼성전자가 이번 발표로 반도체 투자 속도를 끌어 올리는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반의 수혜가 예상된다. 특히 투자 금액 가운데 75%에 해당하는 금액이 국내에 집행될 예정인만큼 삼성전자가 구축 중인 반도체 평택 3공장 관련 투자가 확대 또는 조기 집행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 투자는 '생존전략'…240조원 투자, 반도체 부문에 집중 예상

24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관계사가 발표한 투자 계획은 전략산업 주도권 확보와 미래 세대 고용 기회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이 240조원이라는 대규모 투자 확대 배경으로 제시한 '전략산업 주도권 확보'는 반도체 사업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가 읽힌다. 삼성은 이번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메모리 절대 우위 유지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도약 기반 마련'이라는 기치를 내세웠다. 삼성이 영위하는 여러 사업 중 반도체는 대규모 투자와 신속한 집행이 성과를 좌우하는 만큼 삼성전자 역할이 무엇보다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선단 공정 조기 개발 △선제적 투자로 반도체 사업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초 3나노 공정 개발과 양산을 두고 대만 TSMC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선단 공정 주도권을 잡기 위해 투자 확대를 머뭇거릴 수 없는 상황이다. TSMC는 미국과 일본에 대규모 파운드리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3나노 공정에서 삼성전자를 앞지르겠다고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TSMC 등 경쟁사와 맞서기 위해 삼성전자도 선제 투자가 시급하다. 삼성은 “삼성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절대 우위를 유지, 강화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국내외 '비상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며 “반도체는 한국경제의 안전판이자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 산업으로, 한번 경쟁력을 잃으면 재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삼성의 공격적 투자는 사실상 '생존전략'”이라고 밝혔다.

◇TSMC와 3나노 공정 경쟁 주도권 확보 의지

삼성의 반도체 투자는 투트랙 전략을 취한다. 기존에 세계 1위 경쟁력을 확보한 메모리 분야는 절대 우위를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메모리 분야 기술은 원가 경쟁력 격차를 다시 확인하고 혁신적 차세대 제품 솔루션 개발에 투자해 경쟁 우위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초미세 공정 기술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이에 따라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에 대한 집중 투자가 예상된다. 현재 화성 반도체 공장과 평택 공장의 EUV 노광 공정 활용도를 높이고, 관련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스템반도체는 글로벌 1위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로 우뚝 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3년 투자 계획에는 시스템반도체 투자 조기 집행이 담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TSMC와 경쟁 중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등 신기술 기반 3나노 이하 공정 조기 양산으로 시장 주도권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모바일 중심의 삼성전자 반도체 적용 분야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정보기술(IT)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삼성전자가 AI 엔진을 메모리에 접목한 '프로세싱 인 메모리(PIM)' 신제품을 대거 공개한 것도 시스템반도체 육성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투자 비중 75%…P3 주변 생태계 조기 활성화 기대

삼성은 3년간 투자할 240조원 중 75%에 해당하는 180조원을 국내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19 대유행 이후 타격을 입은 국내 산업 체력을 회복하기 위한 조처다. 이에 따라 반도체 투자도 국내 수혜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건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 3공장(P3)다. 삼성전자 평택 2공장(P2)은 어느 정도 건립이 마무리됐고, 현재 P3 신축이 한창이다. P3는 약 50조원이 투자돼 2023년 하반기 가동이 될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번 대규모 투자로 가동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

이에 따라 P3 라인 주변의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 생태계도 조기 조성될 전망이다. 현재 P3 라인 주변에 삼성 투자에 맞춰 다수 국내외 소부장 업체들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삼성이 투자 금액을 조기집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소재 및 부품, 장비 조기 발주와 협력사 간 협업 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삼성의 인력 채용도 첨단 산업 위주로 확대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관련 일자리 창출 효과가 극대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향후 3년간 4만명을 직접 채용한다. 기존 3년 단위 채용 규모인 3만명을 훨씬 상회한다. 고용 유발 효과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은 국내 대규모 투자에 따른 고용 유발 56만명을 예상하고 있다.

◇통신·AI·로봇 투자도 확대…“4차 산업혁명 시대 선도”

삼성은 반도체와 더불어 차세대 통신과 AI·로봇·슈퍼컴퓨터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에 대한 투자도 확대,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통신은 세계 최초 5세대(5G) 상용화를 달성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통신망 고도화·지능화에 대한 소프트웨어(SW) 역량을 강화한다. 차세대 네트워크 산업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신사업 영역과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AI 분야에서는 세계 거점 지역에 포진한 '글로벌 AI 센터'를 통해 선행 기술을 확보한다. 동시에 고성능 AI 알고리즘을 적용한 지능형 기기를 확대하는 등 연구과 사업 전반의 경쟁 우위를 확보할 방침이다.

최근 유망 사업으로 각광받는 로봇은 핵심 기술 확보와 폼팩터 다양화를 통해 '로봇 일상화'를 선도할 계획이다. 첨단 산업 분야 설계와 개발을 뒷받침할 슈퍼컴퓨터 활용도 확대한다.

삼성은 “신성장 IT 분야 주도권 확보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면서 “디스플레이·배터리 분야에서도 기존 제품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기술 리더십을 강화해 시장 주도권을 쥘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