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구글, 경쟁OS 방해"..과징금 2074억원 부과

포크OS 탑재·개발 막는 AFA 계약 강제
조성욱 위원장 "전례없는 혁신저해 행위"
"공유지의 비극 극복 위해 만든 프로그램"
구글 "관할권·국제예양 위반" 항소 의사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열린 구글의 안드로이드 변형 OS 탑재 방해건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공정위)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열린 구글의 안드로이드 변형 OS 탑재 방해건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 OS 갑질'로 불리는 안드로이드 변형 운용체계(포크OS) 탑재 방해 건에 대해 과징금 2074억원(잠정)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구글 갑질 방지법이 지난달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공정위가 구글에 과징금을 부과함에 따라 플랫폼 규제 폭풍이 한층 거세졌다. 구글은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정위는 14일 구글이 삼성전자 등 기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변형OS 탑재 기기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부당한 계약을 강제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 2074억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기기 제조사가 필수적으로 체결해야 하는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계약과 OS사전접근권 계약 과정에서 전제 조건으로 파편화금지계약(AFA:Anti-fragmentation Agreement)을 반드시 맺도록 강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AFA는 기기 제조사가 출시하는 모든 기기에 대해 포크OS를 탑재하거나 직접 개발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포크용 애플리케이션(앱) 개발도구(SDK) 배포도 금지, 관련 생태계 출현 가능성을 차단했다. 조성욱 위원장은 “구글은 포크OS 모바일 시장진입을 봉쇄하고 모바일 플랫폼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을 91%까지 확대,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면서 “구글은 기기 제조사가 스마트폰은 물론 스마트워치·스마트TV 등을 출시하는 경우에도 포크OS 탑재를 금지, 스마트기기 OS 개발 혁신을 저해했다”고 말했다.

구글은 시장지배력을 확보한 2011년 이후부터 포크OS의 시장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AFA 체결을 강제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스마트워치, 스마트TV 등 모든 기기에 AFA를 적용하고 제조사가 기기 출시 전 구글에 보고해서 승인받도록 하는 등 AFA 위반을 철저히 검증·통제했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사실상 구글은 규제당국보다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관련 기업을 통제했다”며 “조사 과정에서 마치 사설 규제당국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구글이 AFA 체결을 강제한 결과 세계 주요 기기 제조사의 AFA 체결 비율은 2019년 기준 약 87%에 이르렀다. 유력 경쟁자가 될 수 있는 포크OS가 AFA 때문에 시장진입에 실패함에 따라 모바일 분야에서 구글 점유율은 97%로 치솟으며 사실상 독점 사업자가 됐다. 조 위원장은 “혁신 경쟁 플랫폼의 출현을 차단하고, 심지어 진출하지 않은 분야까지 포크OS가 선점하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했다”면서 “전례 없는 혁신 저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포크OS를 개발해 2013년 갤럭시 기어1을 출시했지만 구글이 AFA 위반이라 판단해 타이젠OS로 변경했다. 이후 타이젠OS 생태계가 성장하지 못하면서 결국 올해 8월 구글 스마트시계용 OS인 웨어OS를 탑재, 갤럭시 워치4를 출시했다. 아마존도 안드로이드를 이용해 파이어OS를 개발했지만 AFA 때문에 실패했다. 2011년 LG전자와 협력해 태블릿PC 킨들파이어 출시를 준비했지만 AFA 위반과 구글 제재 가능성을 인지하면서 해당 프로젝트가 무산됐다. 이후 아마존은 파이어OS를 탑재해 줄 스마트폰 제조사 물색에 나섰지만 HTC, 소니, 삼성전자, LG전자, ZTE 등 주요 기기 제조사 모두 AFA 위반을 우려해서 제안을 거절했다.

구글은 공정위 발표 직후 “공정위 서면 의결서를 수령하는 대로 법원에 항소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호환성 프로그램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를 훼손할 수 있는 '공유지의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면서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안드로이드 호환성 프로그램의 중요한 부분을 무력화함으로써 앱 개발자가 안드로이드를 위한 앱을 개발할 유인성을 떨어뜨리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저해하며, 애플 iOS와 다른 경쟁 사업자들과의 플랫폼 간 경쟁을 저해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번 결정이 관할권과 국제예양(국가 간에 일반적으로 행하는 예의나 호의, 편의 따위에 의하는 관례) 기본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안드로이드 호환성 프로그램이 자국의 경쟁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한 국가까지 공정위의 결론을 따르도록 강요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최근 구글을 포함한 국내외 플랫폼 기업에 대해 제재의 칼끝을 겨누고 있다. 이번 결정과 별도로 구글이 국내 게임사를 상대로 플레이스토어 외 앱 마켓에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거나 지연시켰다는 혐의도 조사하고 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