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플랫폼은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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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3주 전쯤이다. 더불어민주당 송갑석·이동주 의원이 9월 7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및 골목상권 생태계 보호 대책'이라는 장문의 타이틀을 붙인 행사였다. 카카오가 모빌리티 사업을 전개하면서 요금 인상, 무분별한 사업 확장 등으로 시장에 혼란을 가져오고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게 주 내용이었다. 국회가 특정 기업을 콕 집어, 그것도 행사 명칭에 넣어 토론회를 여는 것은 드문 일이다.

예상대로 카카오는 집중포화를 받았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까지 나서서 “카카오 성공 신화의 이면에는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 시장 독점 후 가격 인상과 같은 시장 지배 문제가 숨어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튿날에는 정부도 비슷한 문제를 지적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국회 종합정책질의에 참석해 “카카오T에 대한 규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며칠 후엔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제재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련의 악재에 카카오 주가는 폭락했다. 또 다른 플랫폼 분야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의 주가도 덩달아 하락했다.

거대 플랫폼에 대한 규제 리스크는 예상보다 컸다. 해당 기업은 물론 이제 막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을 선보이며 도약을 시도하는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우려감이 증폭됐다. 국회와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혁신 새싹'마저 짓밟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제기됐다. 일부 서비스의 독과점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플랫폼=악'이라는 명제로 번져 나간 것이다. '문어발 확장'이라는 프레임이 덧씌워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플랫폼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거의 모든 국민이 하루에 하나 이상의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국회와 정부가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 여부를 살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일수록 높은 강도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특정 행위에 대한 사후 규제, 네거티브 규제로 접근해야 한다. 특정 플랫폼 자체를 '악'으로 규정하고 규제한다면 다양한 주체가 어울려서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자는 규제의 순기능은 멀어진다. 플랫폼의 긍정 효과를 십분 살릴 수 있도록 계속 길을 열어 놓아야 한다. 자칫 플랫폼 자체가 규제의 목표가 되면 모두 패자가 된다.

플랫폼 규제 목소리가 여전한 가운데 1일부터 2021년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플랫폼 이슈가 커지면서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 기업의 경영진도 국감 증인·참고인으로 호출됐다.

플랫폼이 국민 생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만큼 필요하다면 책임과 권한이 있는 이들이 직접 주요 이슈를 설명하는 것도 나쁜 일이 아니다. '은둔 경영인'으로 불릴 정도로 좀처럼 공식석상에 나서지 않는 이들이다. 이번 기회에 잘못된 것이 있다면 개선하고 곡해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으면 된다.

이를 위한 선행 요소는 제대로 된 국감 질의다. 플랫폼을 악으로 규정하고 마냥 몰아세우기만 하면 의미 없는 국감이 된다.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갈등만 쌓인다.

플랫폼은 죄가 없다. 플랫폼이 건강한 생태계의 기틀이 되도록 모두의 노력과 고민이 필요한 때다.

이호준 ICT융합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