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대한민국 인터넷 40주년의 명암

[ET시론] 대한민국 인터넷 40주년의 명암

'인터넷 50주년, 인터넷 기업 세계 사용자 50억명·수출(매출) 5000억달러 달성!'

10년 후인 2032년 5월 15일, 미리 보는 '대한민국 인터넷 50주년' 뉴스다. 인터넷 50주년에 기분 좋은 뉴스를 인터넷 아버지 전길남 박사께 90세 생일 선물로 드리고 싶다.

지난달 15일은 스승의 날이었다. 세종대왕 탄신일에 맞춰 정한 날이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날이 또 있다. 21세기 우리 삶의 하루가 이것으로 시작하고 이것으로 마친다. 바로 인터넷이다. 1982년 5월 15일 대한민국 인터넷의 시초가 되는 SDN(System Development Network)이 개통된 날이다. 서울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인터넷의 시초가 되는 SDN이 연결됐다. 전길남 박사팀이 주도했다. 올해가 벌써 40주년이다.

인류 최초 인터넷인 네트워크(Network)는 '인터넷 아버지'로 불리는 루이 푸장(Louis Pouzin)이 구축한 패킷 스위칭 방식의 사이클레이디스(CYCLADES)다. 1970년 초 프랑스 연구망이다. 사이클레이디스라는 이름은 1965년, 그가 인터넷 네트워크를 처음 설계할 때 그리스 남쪽 섬들의 그룹(제도)명을 따서 지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1년에 한 번씩 그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났다. 사이클레이디스란 유래를 물으니 그가 직접 설명했다. 키클라데스(Cyclades) 제도의 중심 섬 이름이 델로스동맹으로 유명한 델로스(Delos)섬이다. 그는 전길남 박사 소개로 만나 넷피아의 95개 국어 모국어(자국어) 도메인 NLIC 컨소시엄 회장을 맡아 프랑스 파리에 사무실을 두고 유엔에 뉴 프로젝트 제안도 했다. 사이클레이디스 네트워크 콘셉트는 이후 인터넷 프로토콜 TCP·IP의 기원이 됐다.

대한민국 인터넷 40주년은 남다른 40주년이다. 필자는 25년 전인 1997년 전산원 산하 NIC 위원회에서 전 박사를 처음 만났다. 그것이 인생 전부가 됐고 대한민국이 세계 3대 자동교환기를 만드는 만남이 됐다. NIC는 이후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 발전했다. 전길남 박사의 도움으로 프랑스, 싱가포르, 미국, 중국, 일본, 아프리카 등 세계적 인터넷 네트워크 석학을 소개받았다. 아태인터넷운영기술총회(APRICOT),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 국제인터넷표준화기구(IETF), 아태네트워크정보센터(APNIC) 등 세계적인 미팅만 1년에 3~5차례 이상이다.

지난 25년간 아마도 최소 100회 이상은 미팅이 있었다. 한국에 한글이 있어 시작된 한글도메인이 전길남 박사를 만나 95개 국가의 모국어(자국어) 도메인으로 발전했다.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뒀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16개국에서 시범 서비스에 성공했다. 테스트는 95개국에서 완료했다. KOTRA 도움으로 각국 언어 데이터베이스(DB)를 모았고,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각국 대학생이 직접 시연하며 모국어(자국어)로, 그것도 실제 이름으로 시범 서비스가 되는 필드 테스트까지 마쳤다. 대구 유니버시아드에 참석한 각국 대학생은 신기해했다. 대한민국 대표 통신사인 KT가 마련해 준 KT인터넷 방에서 시연이 이뤄졌다. '인터넷007의 나라'라는 별명도 그때 붙여 준 이름이다.

대한민국 인터넷 40주년, 대한민국은 인터넷 석학의 도움과 30대 청년 벤처의 열정으로 정부 예산지원 없이 '인류의 3대 자동교환기'인 '95개 국어 모국어(자국어) 자동교환기' 개발에 성공했다. 운영 매뉴얼인 대법원 판례까지 만들어 기술과 법적 구조 모두를 확보할 수 있었다. 어느 나라도 하지 못한 세계 언어로 된 실명(리얼 네임) 도메인 자동교환 시스템을 개발했다. 각국 정부에 보급할 때 법적 안정성 확보를 위한 인터넷주소 자원에 관한 법률을 정부 입법으로 이미 만들었다. 대통령령으로 시행만 남았다.

1997년 시작 때에는 PC 기반이었는데 벌써 모바일 시대가 됐다. 작은 스마트폰에서 월드와이드웹(www)으로 시작되는 영어 도메인은 음성으로 입력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오히려 대한민국에서 개발한 95개 국어 모국어 실제 이름 도메인인 리얼 네임 도메인이 모바일 환경, 음성 환경에서 최적 도메인 시스템이 됐다. 기술이 세상을 열지만, 사실은 변하는 세상이 기술이 필요해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

인터넷 40주년을 맞은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최초로 인터넷망을 구축한 나라다. '인류의 3대 자동교환기'인 95개 국어 모국어(자국어) 도메인을 만들었다. 한국경제연구원과 기업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00대 대기업 매출이 3000조원에 달했다. 수출이 약 804조원이다. 수출 비중은 국내 5대 기업이 평균 70.6%, 상위 10대 기업이 61.3%다.(2019년 연결 실적 사업보고서) 반면에 국내 약 1000개 플랫폼 기업의 2020년 총 매출을 378조원으로 추산한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1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 이 중 해외 매출 발생 기업 비중은 2.7%다.

지난 25년여간 인터넷 분야 및 신산업은 국가 연구개발(R&D) 자금 약 300조원을 투입하고도 달러로 돈을 버는 시가총액 100조원 규모 기업은 단 하나도 없다. 모든 인터넷 서비스는 글로벌하게 사용 가능함에도 인터넷 기업 해외 매출은 게임을 제외하면 겨우 2조~3조원 내외로 보인다. 아날로그 제조업 기반으로 800조원을 버는 사이 국내 인터넷 기업은 국내에서만 축제를 벌였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인터넷 기업군은 외국기업의 한국지사가 대부분 서비스를 운용하고 있다. 외국계 한국지사가 인터넷 신산업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니 해외사업을 할 리가 없고, 해외사업을 할 수가 없으니 고급 일자리는 꿈도 못 꾼다. 외국계 한국지사만 있다면 오늘의 3만달러 대한민국이 가능했을까? 800조원 수출이 가능했을까? 인터넷이라는 신산업 산맥이 형성될 충분한 25년여간 동안 무려 300조원의 R&D 자금을 투입하고도 새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신산업 클러스터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

인터넷 50주년이 되는 10년 후 국정지표로 무역수지와 함께 지식재산권 지수로 대한민국의 내실을 채우자. 디지털 시대 국가 경쟁력은 전적으로 정부(입법·사법·행정) 경쟁력에 달렸다. 디지털의 힘 만큼이나 정부 경쟁력에 국가 헤게모니 선점 전쟁의 승패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세기 말(1888년) 만들어진 전화 자동교환기를 20세기 세계화하면서 21세기 퀄컴과 애플 같은 세계적 기업을 키웠다. 100년 후 20세기 말(1983년) 2대 자동교환기(로마자 알파벳 자동교환기:영문 인터넷 도메인 네임)를 다시 세계화하면서 미국은 루트를 확보했고 지금은 어느 나라도 이를 바꿀 수 없다. 덕분에 미국 통신망은 세계 백본망이 됐다. 각 나라로부터 백본망에 붙이는 연결 비용을 받는 이유다. 미국 통신망의 부가가치를 자동으로 높이는 전략에 성공한 사례다. 이것이 헤게모니 선점 전쟁이고 미국이 승리한 이유다. 초강대국 미국을 만든 원동력이다.

후방산업으로 미국은 정보통신기술(ICT) 100대 기업 중 57개를 확보하고 있다. 그 사이 중국 12개, 일본 11개, 인도 3개를 확보했다. 대한민국은 삼성전자 1개다.(글로벌 ICT 100대 기업 전경련 2020년 자료) 대한민국이 뒤처진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정부 구조다. 미국은 신산업을 주도하는 상무부와 미국무역대표부(USTR)로 처음부터 세계를 무대로 전략을 펼친다. 대한민국에 상무부와 한국무역대표부(KOTR)가 왜 필요한지 보인다. 인터넷진흥원도 있다. 주 사업은 '.kr' 보급과 안전한 이용 촉진과 정보보안 등으로 정보보호 디지털 전문기관이다. 디지털 시대 매우 중요한 정보보호 기관이다. 하지만 '.kr'의 주목적은 수출이 아닌 국내 이용자 후생에 있다. 국내 인터넷 관련 산업을 진흥하고 세계화하는 기관이 아니다.

상무부와 KOTR 설립 없이는 지식재산권 지수가 높은 신산업, 헤게모니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상무를 총괄하는 상무부와 KOTR는 인터넷 50주년을 위한 선택이 아닌 운명이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은 인류의 2대 자동교환기인 영문 도메인의 세계화를 이뤘다. 당시 영문 도메인을 세계화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세계 인터넷으로 발전했을까?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정부.'

윤석열 정부 시대의 멋진 비전이다. 우리는 다른 나라에 없는 인류의 3대 자동 교환기인 모국어(자국어) 도메인을 개발했다. 기술과 노하우를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각국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위해 필수인 리얼 네임 도메인 플랫폼이다. 모국어 리얼 네임 도메인, 국내 벤처가 1997년부터 25년간 준비해 뒀다. 기술과 운용 노하우 선착순 등록에 따른 사회, 경제 분쟁 해결, 대법은 판례집까지 세계 최초로 나왔다. 각국 정부에 지난 20년간 실패 사례를 극복한 성공사례를 바로 보급할 수 있다. 전자정부·디지털플랫폼 정부의 핵심은 대국민 모국어 정보 접근성이다. 한 설문조사에 정부 사이트 주소를 모른다는 답은 무려 70%를 넘었다.

영문 도메인은 메인 페이지 주소다. 그래서 외우고 바로 찾아가기 쉽지 않다. 세부 페이지로 한 번에 가려면 링크로만 가능하다. 반면에 리얼 네임 도메인은 메인페이지 주소를 외우지 않아도 된다. 정부 부처 이름이 곧 도메인이기 때문이다. 모국어(자국어)로 된 실제 이름(리얼 네임) 인터넷 주소체계는 정부 사이트의 세부 정보에 단 한 번에 갈 수 있다. 실제 이름이기에 음성으로 1초면 가능하다. 가령 '대한민국 헌법' '대통령실 브리핑룸' '총리실 영상 소통' 등 정부부처의 모든 콘텐츠에 단 한 번에 접근한다. 각국의 모국어로 각국 정부에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보급할 수 있는 이유다.

1970년대 오일쇼크 때 대한민국은 절체절명 위기에 몰렸다. 그래서 열사의 땅 중동으로 건설사와 건설노동자 수출을 했다. 그 돈으로 3만달러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졌다. 지금은 세계가 코로나19 경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를 극복하고 지원할 디지털플랫폼 정부 경험과 솔루션이 있다. 유엔과 전자정부 포럼도 만들었다. 각국 정부를 지원하고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데 우리가 리드할 수 있다. 그것이 디지털플랫폼 정부다.

우리는 늘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다. 인터넷 40주년, 디지털플랫폼 정부의 세계화로 세계 경제를 구하자. 주사위는 던져졌다. 미국처럼 상무부를 만들 수 있다면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정부, 유엔 전자정부포럼으로 단시일에 세계화할 수 있다. 꿈과 환상은 다르다. 꿈은 바라는 바를 무의식에서 간절히 바라기 때문에 거짓이 개입하기 어렵지만, 환상은 의식에서 원하는 상상적 바람이기에 거짓과 위선이 개입 할 수 있다. 상상만 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절망이 먼저 인사한다. '한 사람이 꿈을 꾸면 희망이지만 모두가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고 했다. 대한민국 인터넷 50주년, 50억 사용자 기반을 가진 대한민국 인터넷 기업, 인터넷 달러벌이 1000조원, 대한민국 상무부 설립으로 꿈을 함께 꾸자. 대한민국 인터넷 40주년을 축하한다.

이판정 넷피아 이사회 의장 pjlee2030@naver.com

<필자 소개>

이판정 의장은 1995년 대한민국 최초 도메인 회사인 IBI(넷피아 전신)를 설립했다. 1997년 한글도메인 설계·개발, 1998년 95개 국어 모국어(자국어) 도메인 개발, 1999년 2월 싱가포르 APRICOT에서 모국어 리얼 네임 도메인 세계 최초 발표, 1999년 9월 1일 한글도메인 상용화를 주도했다. 2005년 넷피아 대표를 사임했으나 1년 뒤 복귀했다. 2022년부터 넷피아·콤피아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