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떠난 尹...벼랑 몰린 참모들

윤석열 대통령 첫 여름휴가 떠난 사이
여권 내홍·취학연령 논란 등 불거져
일부 참모진 수습하려다 의혹 더 증폭
여야 모두 '인적 쇄신' 목소리 높아져

휴가 떠난 尹...벼랑 몰린 참모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여름휴가를 떠난 가운데 대통령실이 계속되는 구설로 혼란을 겪고 있다. 수습에 앞장선 일부 참모진이 결과적으로 논란을 더 증폭시키면서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강한 인적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여름휴가를 내고 휴식과 함께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가다듬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초 계획과 달리 서울에 머물고 있다. 휴가 성수기에 대통령이 움직이면, 해당 지역에서 휴가를 보내는 국민에게 폐를 끼칠 수 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을 둘러싼 대내외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서울에 머무는 이유로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대외로는 공급망 불안에 따른 물가상승 기류에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위험수위까지 차오르며 윤 대통령의 경제·외교·안보 정책을 시험하고 있다. 반도체 칩4 동맹이 대표적이다. 또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며 무역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도 부담이다.

대내로는 윤 대통령 본인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간 '문자파동'에 따른 여권의 '자중지란', 대통령실 인선 논란, 교육부 업무보고 후폭풍, 전직 국정원장 고발사건 논란, 영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특혜 의혹에 소위 '건진법사'로 알려진 무속인의 이권 개입까지 바람 잘 날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리스크를 대통령실은 물론, 정부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을 보좌하며 국정을 안정적으로 아끌어야 하는 핵심 고위직이 리스크를 더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여당에서까지 나오는 이유다.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강인선 대변인이 북송 탈북 어민 사진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강인선 대변인이 북송 탈북 어민 사진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엽관제(獵官制)' 발언으로 이미 구설에 올랐던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윤 대통령 휴가 첫날인 지난 1일 국민제안 1~3위 발표를 앞두고 “해외 IP에서의 어뷰징(중복전송)이 나타났다”며 발표를 전격 취소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투표를 방해하려는 세력이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공직자가 대국민 발표를 전격 취소하며 내놓은 사유가 '정치적 음해세력' 의혹인 셈이다.

교육부 대통령 업무보고(초교 입학 연령 만 5세 하향)와 관련해선 보고자인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배석자인 안상훈 사회수석 간 말이 달라졌다.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박 부총리와 달리, 안 수석은 “윤 대통령은 교육부가 공론화를 추진하고 종국적으로 국회에서 초당적 논의가 가능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고 정정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주 단위 연장 노동시간을 월 단위 총량제로 바꾸는 개편안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윤 대통령이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선을 그은 것과 같은 일이 반복된 것이다. 부처와 대통령실 간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국민의힘 차기 대표 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은 “"정부에서 각종 정책을 엇박자 내기도 하고 민심을 수렴하는 과정이 부족한 것이 여러 군데서 노정되고 있다. 정부 사이에서 재정비와 쇄신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취임 100일(8월 17일)까지 지지율이 20%대 선에 머문다면, 용산 집무실과 당 할 것 없이 여권 전체가 혁명적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김대기 비서실장을 비롯한 일부 참모진이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