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혁신산업 상생, 정부가 이끌어야

김명섭 라운즈 대표
김명섭 라운즈 대표

19세기 말 영국은 자동차가 상용화되자 위기를 느낀 마부의 로비로 자동차 속도를 마차 수준으로 제한한다. 이른바 붉은깃발법이다. 영국은 자동차를 먼저 상용화했음에도 독일 등 주변국에 주도권을 뺏기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급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기업과 오랜 시간 동안 해당 산업에서 자리 잡은 이해관계자 간 생존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변호사, 의사, 약사, 안경사, 공인중개사 등 전문 자격증 제도를 통해 업권이 법률로 보호받고 있는 일부 분야에서는 법적 다툼까지 발생한다.

일부 기업은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업을 축소·철수하는 등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라운즈는 의료기사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도수 있는 안경(렌즈)은 오프라인 안경원에서 구매해야 한다' '안경원은 안경사만 개설할 수 있다'는 두 가지 규제에서 아이웨어 온라인 커머스 사업을 하고 있다. 2019년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도수안경 온라인 판매에 대한 실증'을 신청한 이후 대한안경사협회를 필두로 전국 안경사의 반대에 직면했다.

그러나 '안경은 무조건 써 보고 사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오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온라인 구매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는 입장이 생기는 것을 체감한다. 변화는 인공지능(AI) 기반 얼굴인식 및 가상착용 기술 발전과 스마트폰 성능 향상이 결합하면서 일어났다. 휴대폰에서 가상으로 안경을 써 보고 구매해도 실제와 다르지 않다는 라운즈 고객의 긍정적 평가와 낮은 반품률이 이를 방증한다.

해외에서의 변화는 더 빠르다. 미국이나 유럽 등 많은 국가에서는 온라인에서 본인 시력을 입력하고 도수있는 렌즈를 구매하는 것이 수년 전부터 일반화됐다. 최근에는 휴대폰으로 안경 렌즈를 촬영하거나 온라인에서 시력검사를 한 결과로 도수 렌즈를 구매할 수 있게 되는 등 혁신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국내 안경 산업에서도 변화가 태동하고 있다. 기존 안경 사업자의 관심과 참여 덕이다. 그러나 변화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단순히 라운즈 서비스 혁신성과 고객 편의성만으로 기존 안경사를 설득하고 동참하게 할 수는 없었다. 안경사는 소상공인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 안경 판매가 늘수록 본인의 매출이 떨어질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는 라운즈의 상생 논리와 관계없이 무조건 반대하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을 조성했다. 안경사를 대표하는 안경사협회 역시 집회를 통해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

정부는 수년간 관련 부처를 통해 의견을 청취하고 중재 노력을 지속했다. 특히 '한걸음모델'이라는 대타협기구를 열어 산업계·학계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 무엇보다 직접 당사자인 라운즈와 안경사협회의 참여를 끌어냈다. 이후 '한걸음모델' 운영 과정에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토론이 충분히 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자리를 만들었다. 각 이해당사자를 개별 접촉하며 정부의 지원 의사를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라운즈는 정부의 중재와 안경사협회의 노력으로 향후 기술지원과 상호협력,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위한 세부 기준 마련에 대한 합의를 이뤄 냈다.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사안별 이견이 있겠지만 첨예한 사안을 논의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그 결과, 라운즈는 지난 해 말까지 전국 500개 이상 안경원과 협력하는 등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산업 내 새로운 서비스의 도입을 잠시 막을 순 있다.

그러나 이번에 막았다고 해도 다음에 막을 수 있을 거란 보장은 없다.

앞으로 혁신적 사업모델로 고객을 설득해 내는 기업은 계속 나올 것이다. 심지어 해외 기업이 국내에 진출해서 대규모 자본으로 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다.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의 상생 방안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대한민국 산업 지형이 크게 바뀌고 있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절실하다.

김명섭 라운즈 대표 myungsub@roun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