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이동 증가세 '주춤'…금융사 메기 역할 기대

롯데하이마트 대치점에서 시민들이 알뜰폰을 보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대치점에서 시민들이 알뜰폰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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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알뜰폰(MVNO) 번호이동 증가세가 크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통신사의 5세대(5G) 중간요금제 출시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와 차별화 부재가 원인이다. 업계는 KB리브엠과 토스모바일 등 금융권의 알뜰폰 진출이 본격화함에 따라 주춤한 성장세가 다시 탄력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9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올 1분기 알뜰폰 번호이동 가입 순증 수는 22만636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0.9%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 알뜰폰 번호이동 순증은 21만8490건으로 전년(17만4205건) 대비 25.4%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가입 증가세가 큰 폭으로 둔화됐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하는 고객은 꾸준히 늘었지만, 반대 경우도 많아진 것이 성장세 정체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1분기 알뜰폰이 이통사로부터 뺏어온 고객은 30만8890명으로 집계됐다. 반대로 기존 이통 3사로 되돌아간 고객도 8만8254명에 달한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가량 늘었다.

특히 이통사가 지난해 9월 5G 중간요금제를 내놓고 방어 정책 일환으로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강화하면서 알뜰폰 가격 경쟁력이 희석됐다. 온라인 요금제에 유무선 결합 할인도 제공하며 가입자간 록인효과를 높인 것도 알뜰폰 이동을 제한하는 효과를 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로 5G 가입자가 점차 늘어나는 상황에서 알뜰폰 5G 요금은 이통사 5G 중간요금제와 비교해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면서 “도매대가 인하에만 의존한 차별화 서비스 부재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국내 알뜰폰 가입자수가 1300만명을 넘었지만 이통 3사 자회사가 아닌 중소 사업자는 여전히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사의 알뜰폰 진출에 따라 한풀 꺾인 증가세도 다시 되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KB국민은행 알뜰폰 서비스 KB리브엠은 정식 승인을 앞뒀다. 리브엠은 가입자 수 40만명을 넘어서며 시장에 안착한 상태다. 리브엠이 최종 승인을 받게 되면 다른 은행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토스도 올해 토스모바일을 통해 알뜰폰 개통을 시작했다. 사전 신청자 17만명 가운데 70%가 기존 이통사 사용자였던 만큼 알뜰폰 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통신 시장 과점구조를 깰 메기 역할을 기대하고 금융사에게 진출을 열어준 것”이라며 “자본력을 갖춘 금융업체 진입은 중소 알뜰폰 사업자뿐 아니라 기존 이통사에게도 큰 위협일 것”이라고 말했다.

알뜰폰 이동 증가세 '주춤'…금융사 메기 역할 기대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