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내부총질 논란과 계파 갈등을 중심으로 급속히 요동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최근 유튜버 전한길 씨 입당 등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당내 인사들이 잇달아 출사표를 던지며, '개혁파'와 '단결파' 진영 간 충돌이 거세지고 있다.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21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지금 당내에 A팀과 B팀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며 “A팀은 당을 개혁하고 국민 지지를 회복해 외연을 확장하자는 입장, B팀은 이유를 불문하고 무조건 뭉쳐 싸우자는 진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느 쪽이 더 미래지향적이고 국민의 지지를 받을지는 분명하다”며 “당원들의 에너지가 어디로 향해야 할지를 가늠하는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전당대회에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안 의원은 “김 전 장관은 혁신을 당이 깨지는 자해행위라고 했고, 윤어게인과 부정선거론, 계엄령을 옹호하는 인사들까지 당에 수용하자고 했다”며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이재명 대통령과 대결에서 어떻게 승리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며 “극단 세력에 당이 점령당해 계엄옹호당이라는 주홍글씨를 안고 침몰하는 길, 아니면 불법 비상계엄 세력과 단절하고 과감한 혁신을 통해 유능한 보수정당으로 회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먼저 정상적인 정당의 모습을 회복해야만 이재명 정권과 싸울 명분이 생긴다”고 말했다.

6선 중진인 조경태 의원도 이날 출마를 공식화하고 개혁 메시지를 던졌다.
조 의원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특검이 윤상현 의원에 이어 이철규·권성동 의원까지 압수수색한 상황에 대해 “특검 대상자들은 당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당은 그들의 방패막이가 될 수 없다”며 “무고한 당원이 있다면 지키겠지만, 특검 대상자는 정치적 이용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또 그는 부정선거론, 윤어게인, 전광훈 목사 세력을 '3대 절연 세력'으로 규정하며 “이들과 한가지라도 관련 있는 인사는 후보 자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전한길 씨에 대해 “당대표가 되면 반드시 솎아내겠다”고 밝혔고, 김 전 장관에 대해서도 “극우 세력과 자유롭지 못한 인물”이라며 “전광훈 목사와 함께 자유통일당을 창당했던 전력이 영상으로도 남아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김 전 장관의 전날 발언에 대한 정면 반박으로 해석된다.

김 전 장관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전한길 씨는 이미 입당했고, 입당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며 “개방된 정당에는 생각이 다른 사람도 들어올 수 있어야 하며, 대화와 통합 과정을 통해 뜨겁고 창조적인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 역시 입당 과정에서 반대가 있었지만 열심히 해왔다”며 “편견과 선입견을 넘어서 통합해온 것이 우리 당의 역사”라고 덧붙였다.
이날 장동혁 의원까지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당내 계파 갈등은 한층 더 고조될 전망이다.
장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연일 내부총질자들에 의해 당이 극우 프레임에 빠지고 있다”며 “반드시 당대표가 되어 당과 당원을 모독한 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낡은 언론과 탄핵에 찬성했던 내부총질 세력이, 탄핵에 반대했던 국민과 나를 극우로 몰아간다”며 “이번 전당대회는 극우 프레임을 깨부수기 위한 자유민주주의 수호 세력과 반자유민주 세력 간의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주저 없이 당당히 나서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