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열연강판에 최대 33.57% 관세 부과…고로사 '환영'·제강사 '부담'

현대제철 열연강판. 현대제철
현대제철 열연강판. 현대제철

정부가 중국, 일본산 열연강판에 최대 33.57%의 잠정덤핑관세 부과하기로 하면서 고로사와 제강사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열연강판을 생산하는 고로사는 그간 누적된 피해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반면 열연강판을 구입해 제품을 만드는 제강사들은 원가 부담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24일 제462차 무역위원회를 개최해 '일본 및 중국산 탄소강 및 그 밖의 합금강 열간압연 강판(열연강판)'의 덤핑사실과 덤핑수입으로 인해 국내 산업에 실질적 피해가 있다고 예비 판정했다. 이에 본조사 기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산업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28.16%~33.57%의 잠정덤핑방지관세 부과를 기획재정부장관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열연 강판은 철강 슬래브를 압연해 만든 중간재 성격의 반제품으로, 강판과 강건재 등 다양한 철강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중국, 일본산 열연강판은 국산보다 톤(t)당 10% 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지난해 열연강판(373만t) 전체 수입 물량의 95%를 차지했다.

이에 현대제철은 저가 수입산 열연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며 반덤핑 제소를 했고 무역위는 지난 3월부터 해당 사안에 대해 조사를 개시했다.

고로사들은 이번 조치가 저가 수입산 열연강판으로 인한 피해 해소 및 내수 시장 보호에 기여할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또 조사개시 이후 중국, 일본산 열연강판 수입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 잠정 관세가 부과되면 수입량이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조사개시 이전인 지난 2월 일본산 열연강판 수입량은 16만 1062t이었지만 3월과 4월에 각각 9만 3525t, 10만 5661t으로 줄었다.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량은 2월 12만 4402t이었고 이후 지속 증가했으나 6월 들어 11만9111t으로 줄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인 저가 덤핑으로 국내산업의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한 무역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라고 판단된다”라며 “본조사에서도 국내 산업 피해와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정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반면 제강사들은 이번 조치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저렴하게 열연강판을 구입해 경쟁력 높은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구조인만큼 수입산 열연강판에 관세 부과되면 원가 부담이 높아져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다.

오히려 저가 수입산 강판, 강건재 등의 유입이 늘어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제강사들이 생산하는 제품들의 가격이 올라가는 만큼 고객사들이 저가의 수입산 철강재 사용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입산 열연에 관세가 부과되면 열연을 통해 만들어지는 국산 제품의 가격이 높아지고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잃을 우려가 있다”라면서 “열연강판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수입산 철강재에 대한 제재도 고민하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