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93〉 [AC협회장 주간록103] 모태펀드 의존적 생태계, 민간 주도 투자환경 구축 가능한가](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1/05/news-p.v1.20251105.28e6c6243abf4280bbfef5776ab85470_P3.jpg)
한국 벤처생태계는 모태펀드라는 거대한 공공 자금 기반 위에 서 있다. 정부가 앵커로 참여해 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민간 운용사들이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는 지난 20년간 국내 벤처투자 시장을 이끌어온 중심축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 시스템은 점차 양날의 검이 돼가고 있다. 민간 주도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호는 반복되지만, 현실은 여전히 공공 자금 없이는 버티기 어려운 구조다.
모태펀드는 시장 공백을 메우는 역할로 시작됐다. 초창기에는 리스크가 크고 수익이 불확실한 기술 창업 단계에서 민간 자본이 움직이지 않던 시절, 정부가 마중물이 돼 벤처투자를 활성화한 것은 분명 유효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그 전략이 10년, 20년 넘게 반복되면서 시장은 공공 자금에 지나치게 익숙해져 버렸다. 민간 출자자는 줄어들었고, 운용사는 선정만 되면 수익 구조를 따지기보다 정책 기조에 맞춰 운용을 한다. 이 구조는 민간 자율성과 투자 다양성을 서서히 갉아먹고 있다.
현재 국내 벤처펀드의 약 70% 이상이 정부 앵커 출자로 조성되고 있다. 이처럼 압도적인 공공 비중은 투자 의사결정 기준을 바꾼다. 민간에서는 장기성과와 기술력, 창업자 리더십을 평가하지만, 정책펀드에서는 공공성과 업종 분산, 지역 안배 등이 우선된다. 그 결과, 실제 자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보다는, '조건에 맞는' 기업이 우선적으로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왜곡이 발생하게 된다.
또 공공 중심 펀드 구조는 위기 상황에서 민첩성이 떨어진다.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맞물린 지금, 모태펀드 출자사업이 지연되거나 축소되면 전체 시장이 함께 흔들린다. 지난 2023~2024년 사이에도 모태 출자 지연으로 인해 신규 펀드 결성이 늦어졌고, 스타트업 자금 흐름도 동결됐다. 이처럼 한 축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시스템은 외부 변수에 약한 구조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민간 주도 생태계로 전환은 가능한가. 답은 '가능하지만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고 공공과 민간 모태펀드가 장기적으로 공존해야 한다'이다. 첫째, 민간 출자자에게 실질적인 유인책을 줘야 한다. 단순한 세제 혜택을 넘어서, LP 지위에서의 정보 접근성 확대, 중간 회수 수단(세컨더리 시장) 활성화, 리스크 완충 장치 등이 병행돼야 한다. 둘째, 모태펀드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면서, 남은 자금은 '블라인드 매칭'이나 '인센티브 기반 배분'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정부 자금이 민간 운용사 선택을 유도하되, 개입하지는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셋째는 무엇보다 민간 투자 역량과 신뢰를 높이는 일이다. 단순히 운용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투자 철학을 갖고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축적해온 전문 운용사 생태계가 형성돼야 한다. 해외 벤처캐피털의 경우, 펀드 성과보다 파트너 개인의 트랙레코드가 투자 유치 핵심이 되기도 한다. 우리 역시 운용사 자체가 아니라 사람 중심 신뢰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모태펀드는 여전히 필요하고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특성상 영속돼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생태계를 만드는 마중물이 돼야지, 시장을 떠받치는 대들보가 돼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리스크를 떠안고 앞서갔다면, 이제는 민간이 앞서고 정부는 뒤에서 밀어주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진정한 '자율과 경쟁 기반의 생태계'가 자리 잡을 수 있다.
전화성 초기투자AC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