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노사가 파업 전날 밤 잠정 합의안을 극적으로 도출했지만, 노조 수용 여부와 노노(勞勞) 갈등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주주 반발도 변수로 꼽힌다.
노조 찬반투표가 남았지만 노사가 한발씩 물러서 절충점을 찾은 만큼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보다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을 대상으로 잠정 합의안에 반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DS부문 메모리사업부가 올해 6억원, 적자 사업부인 시스템LSI와 파운드리사업부도 1억6000만원 이상의 성과급이 예상되는 반면 DX 부문은 5000만원 수준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신설된 특별경영성과급은 DS부문에만 지급된다. DX부문에는 기존 제도를 유지하는 성과인센티브(OPI)만 적용된다. 성과급 규모가 DS부문에 비해 초라한 수준인 데다 600만원 상당 자사주 지급도 오히려 DX부문 직원을 자극하고 있다.
DX부문 직원 박탈감은 반도체·스마트폰·가전 사업을 영위하는 종합 전자 회사 삼성전자의 단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중장기적으로 사업부 간 분쟁을 촉발하는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내 갈등도 여전하다. 노사 교섭 기간 동안 사업부 간 성과급 형평성 논란이 계속 불거졌고, 이 과정을 거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에서 DX 부문 조합원 집단 탈퇴도 이어졌다. 이에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7만7000명에서 7만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일부 DX 조합원은 초기업노조의 교섭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도 법원에 제기했다. DS부문 중심인 초기업노조 의사결정 과정을 지적하면서 대표성과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다고 날을 세웠다.
반도체와 완제품 사업부 간 갈등 봉합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노사 문제에 대해 사과하면서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고 내부 결속을 강조한 바 있다.

주주 반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삼성전자 노사 임금 협상 잠정 합의안을 위법으로 규정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주주운동본부는 합의안이 주주 가치를 훼손하고 경영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사 합의를 집행하는 이사회 결의가 상정될 경우 무효 확인 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겠다는 계획이다. 노사가 성과급 지급 기준을 극적으로 마련했으나, 주주 반발을 해소해야 한다는 또 다른 난제를 안게 된 셈이다.
삼성전자가 총파업이라는 파국은 면했지만, 내부 갈등을 해소하고 주주를 달래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았다. 조직 결속 다지기가 선행되지 않으면 외형적인 합의안 도출만으로는 조직 안정을 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노조 대표성 확보와 내부 소통을 통해 조직의 화학적 결합을 다시 이끌어내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