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로봇 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경쟁력과 세계가 부러워하는 초고속 5G 네트워크 인프라를 이미 확보하고 있습니다. 핵심 기술이 단순한 연구실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가혹한 생산 공정에 빠르게 접목되면서 축적되는 필드 데이터야말로,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만이 가질 수 있는 독보적인 강점이자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후 지난 7개월 동안 전국의 거점 연구소와 제조 현장을 쉼 없이 누벼온 강기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 원장은 K-로봇의 강력한 잠재력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지속 가능한 성장이어야한다는 진단을 내놨다.

감속기와 액추에이터 등 핵심 구동 부품의 고질적인 해외 의존도와 정보통신(IT) 소프트웨어 중심에만 머물러 있는 인공지능(AI) 구조를 시급히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 원장은 “이제는 원천 기술 개발 자체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실제 사업화와 글로벌 시장 확산으로 직결되는 전주기 생태계 고도화가 핵심”이라며 “KIRO가 연구와 산업의 단단한 가교이자 국가 로봇 R&D의 진정한 컨트롤타워로서 그 구조적 틀을 단단히 짜겠다”고 강조했다.
강 원장은 논문이나 시제품 연구에 그치지 않고 시장에서 가치를 증명하는 '철저한 실용주의'을 바탕으로 경북지역 맞춤형 로봇 벨트 전략을 제시했다. 포항의 철강 및 제조 AX(AI 전환), 안동의 밭농업 중심 농업 로봇, 영덕 등 동해안 중심의 수중·해양 로봇, 그리고 구미의 반도체 및 물류 자동화가 굳건한 사대 축이다.
특히 최근 구미에 개소한 'AI+로봇 플래그쉽 거점'은 반도체 이송 공정과 물류 자동화를 실제 제조 환경과 똑같이 구현해 실증하는 국내 대표 모델로 손꼽힌다. 포스코와 손잡고 추진 중인 제조 AX 프로젝트 역시 작업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며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 내고 있다.
강 원장은 “단순한 연구 인프라 집적단지를 넘어 부품, SW, AI, 실증, 사업화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K-로봇 메가클러스터'를 완성하겠다”며 “이를 통해 지역 전통 기업들이 체질을 개선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당당히 경쟁력을 갖추도록 전방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글로벌 로봇 시장 패권 경쟁이 치열한 시점에서 강 원장은 “KIRO만의 강력한 필살기는 다름 아닌 '현장 중심형 로봇 기술'과 '피지컬 AI(Physical AI)'의 융합”이라고 했다. 가상 세계나 텍스트에 갇힌 AI가 아니라, 가혹하고 비정형화된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로봇이 스스로 정밀하게 인지하고, 판단하며, 안전하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피지컬 AI 기술이야말로 고위험·고강도 현장에서 인간을 완벽하게 보완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확신했다.

현재 KIRO는 포스코 고위험 제조 공정의 자율 로봇 적용을 시작으로, 재난 현장에 투입될 소방용 4족 보행 로봇 기반 화재진압 솔루션 개발, 현대로템과 긴밀히 협력하는 국방 분야 모듈형 무인 로봇 연구, 그리고 농업필드로봇연구센터의 AI 기반 수실류 자동 인식 및 수확 로봇 개발 등 전방위 R&D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문을 연 'AI특화공동훈련센터'를 중심으로 현장 실무 감각과 AI 역량을 동시에 겸비한 차세대 융합 인재 양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하반기, 연구원의 도약과 새로운 성장을 선언할 비전선포식을 앞둔 강 원장의 시선은 이미 로봇이 일상화될 미래 사회의 표준을 향해 있다. 그는 “KIRO가 먼 미래의 거창한 담론만 얘기하는 연구기관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삶과 안전을 지켜내며 우리 산업 전체의 생산성을 본질적으로 끌어올리는 '체감형 기술 기관'으로 뚜렷하게 기억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강 원장은 끝으로 “로봇 기술의 본질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사람을 대체하는 것에 있지 않다. 사람이 기피하는 위험하고 힘든 노동은 로봇이 안전하게 대신 수행하고, 사람은 보다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인간 중심의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기술로 사람을 이롭게 하고 산업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KIRO가 묵묵히 걸어갈 최종 목적지이자 존재 이유”라고 덧붙였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