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가 개원 25주년을 맞아 세계 암 연구를 선도하는 연구기관과 협력을 확대하고 글로벌 암 연구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밀의료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미래 암 관리 패러다임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연구 투자와 인프라 확충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17일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에서 열린 개원 25주년 기념 '제18회 국립암센터 국제심포지엄' 간담회에서 “세계 최고 수준 연구자들과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해 글로벌 암 연구를 주도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국립암센터가 보유한 약 500만명 규모 암 환자 임상 데이터에 AI와 유관 데이터를 접목하는 등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국가 암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며 “차세대 양성자치료 시스템 도입과 정밀의료 고도화로 미래 암 관리 체계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국립암센터는 현재 미국 암 정복 프로젝트인 '캔서 문샷'의 핵심 연구사업인 인간 종양 아틀라스 네트워크(HTAN) 공식 연구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HTAN은 암 발생부터 전이, 치료 저항성 획득까지 전 과정을 3차원 디지털 지도로 구현하는 초대형 국제 연구 프로젝트다.
HTAN 연구를 이끄는 황태현 밴더빌트대 의료센터 교수는 한국의 암 데이터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한국이 보유한 위암 환자 데이터와 임상 네트워크, 우수한 치료 성과는 미국도 갖기 어려운 강점”이라며 “미국 국립암연구소(NCI)가 단일 프로젝트에 수조원 규모 예산을 투자하는 것처럼 한국도 암 연구를 국가 전략사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AI와 바이오를 결합한 글로벌 암 연구 경쟁에서 한국 데이터의 가치는 매우 크다”며 “지금이 글로벌 연구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라선영 대한암학회 이사장(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역시 국가 차원의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립암센터는 암 연구와 국가암관리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국내 유일한 기관”이라며 “향후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미국, 일본, 중국 등 국내외 암 연구 석학들이 참석해 암 예방과 조기진단, 정밀의료, AI 기반 치료 전략 등을 논의했다.
중국 북경대학교암병원의 지아푸 지 교수는 수술 중심 치료에서 바이오마커 기반 정밀의료 체계로 전환하고 있는 중국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를 활용한 맞춤형 치료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환자 부담을 줄이면서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암 치료가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