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풍력 사고에 안전망 강화…기후부, 20년 이상 설비 안전성평가 도입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이 18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관련 기관 및 업계와 함께 육상풍력 전주기 관리 강화 방안에 대한 간담회를 주재하고 협력사항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출처 : 기후부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이 18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관련 기관 및 업계와 함께 육상풍력 전주기 관리 강화 방안에 대한 간담회를 주재하고 협력사항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출처 : 기후부

잇따른 풍력발전기 화재와 타워 붕괴 사고로 안전성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노후 풍력설비 관리체계를 전면 손질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사용 20년이 지난 육상풍력 설비에 대한 안전성평가를 의무화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운영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등 '육상풍력 전주기 관리 강화방안'을 마련했다.

기후부는 18일 서울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이호현 제2차관 주재로 육상풍력 업계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정부는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가동 15년 이상 노후 풍력설비 163기(26개소)를 대상으로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했으며, 점검 결과를 토대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대책의 핵심은 노후 풍력설비에 대한 별도 안전성평가 제도 도입이다. 현행 제도는 설계수명 도래 여부와 관계없이 3년 주기 정기검사만 통과하면 계속 운전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를 개선해 사용전검사일 기준 20년이 경과한 풍력발전단지를 대상으로 3년마다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전기계통과 구조물 상태, 주요 기기 수명, 발전 성능 등을 종합 평가해 A·B·C 등급을 부여한다.

안전성이 확인된 A등급 설비는 계속 운전이 가능하다. B등급은 보수·보강을 전제로 조건부 운영을 허용한다. 반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C등급 설비는 운영을 중단하고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철거 조치가 이뤄진다. 정부는 철거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발전사업허가 취소와 행정대집행까지 가능하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가 고강도 대책을 내놓은 배경에는 빠르게 증가하는 노후 풍력설비가 있다. 국내 육상풍력은 현재 816기, 2.1GW 규모다. 이 가운데 사용 20년 이상 설비는 80기(126㎿)로 전체의 6% 수준이지만, 2030년에는 208기(355㎿)로 약 3배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5년간 발생한 풍력 사고 10건 가운데 상당수가 노후 설비에서 발생하면서 체계적인 안전관리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특히 올해 들어 영덕풍력 타워 붕괴와 화재 사고가 잇따르며 안전성 논란이 커졌다.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이 18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관련 기관 및 업계와 함께 육상풍력 전주기 관리 강화 방안에 대한 간담회를 주재하고 협력사항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출처 : 기후부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이 18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관련 기관 및 업계와 함께 육상풍력 전주기 관리 강화 방안에 대한 간담회를 주재하고 협력사항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출처 : 기후부

이에 설비 안전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정부는 주거지와 도로에 대한 최소 이격거리 기준을 마련하고, 풍력단지 인허가 과정에서 소방기관 협의를 확대할 계획이다. 나셀에는 초기 화재 감지장치와 방재설비를 강화하고, 타워에는 진동을 실시간 감지하는 전자식 진동계를 설치한다. 블레이드에 대해서는 정밀점검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로봇을 활용한 비파괴 진단 도입도 검토한다.

풍력발전기 유지보수와 철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 대책도 마련된다. 고용노동부와 함께 고소작업, 밀폐공간 작업, 전기작업 등 풍력 특성을 반영한 작업자 안전 가이드라인을 제작한다. 소방청과는 작업자 비상탈출장비, 소방포, 방독면, 투척용 소화기 등 비상대응 장비 권장기준을 마련하고, 관계기관 합동훈련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유지관리 체계도 정비한다. 앞으로 발전사업자는 유지관리 전문기업과 계약을 의무적으로 체결해야 한다. 제조사 철수 등 공급망 위험에 대비해 설계도면과 유지보수 매뉴얼 등의 기술자료를 제3자에게 예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유지관리 전문기업 인증제를 도입하고, 한전KPS를 중심으로 풍력 유지관리 역량을 강화해 전문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노후 설비를 고효율 설비로 교체하는 리파워링 지원도 확대된다. 환경영향평가와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계통 접속과 금융지원 혜택을 강화해 사업성을 높인다. 다만 주민 참여와 지역경제 기여 등 공공성 확보를 인센티브 제공 조건으로 부여할 방침이다.

아울러 폐풍력 설비 처리 문제 해결을 위해 블레이드 재활용 기술과 나셀 내 희토류·니켈·코발트 등 핵심광물 회수 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권역별 거점수거센터를 활용한 회수 체계 구축과 폐기물 분류코드 신설을 통해 자원순환 기반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호현 기후부 제2차관은 “육상풍력의 지속가능한 보급을 위해서는 안전과 책임에 기반한 관리체계가 필수적”이라며 “관계부처와 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안전 확보와 보급 확대가 조화를 이루는 육상풍력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