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이 외부 인공지능(AI) 에이전트와 기능 라이브러리를 내려받는 과정에서 트로이목마, 백도어 등 악성코드가 함께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 감염된 AI 도구가 조직 안에 들어오면 이와 연계된 여러 업무 시스템으로 피해가 번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에이드리언 히아 카스퍼스키 아시아태평양(APAC) 총괄 사장은 3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APAC 사이버 시큐리티 위크엔드(CSW) 2026'를 통해 “올해 에이전틱 AI 소프트웨어로 위장한 악성코드 샘플이 1만5000개 이상 발견됐다”고 강조했다.
AI 에이전트는 외부에서 개발된 프로그램과 기능을 불러와 여러 업무를 자동으로 수행한다. 일정 관리나 문서 작성, 데이터 분석 등에 필요한 기능을 추가로 내려받아 사용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악성코드가 포함된 프로그램이 정상 기능으로 위장해 조직 내부로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감염된 기능을 여러 부서와 시스템이 함께 사용하면 피해도 연쇄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를 내려받는 과정에서 악성코드가 유입된 사례도 확인됐다.
공격자는 매주 1억회 이상 내려받는 자바스크립트 라이브러리 '액시오스(Axios)' 관리자의 계정을 탈취한 뒤 악성 버전을 배포했다. 해당 악성코드는 윈도와 맥OS, 리눅스 운용체계(OS)에서 작동하며 감염된 기기를 외부에서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도록 했다.
카스퍼스키는 AI가 악성코드 제작과 공격 자동화에 활용되면서 공격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하루 평균 탐지·차단된 고유 악성 파일은 50만개로 2024년보다 7% 증가했다.
또 분석한 전체 사고의 31%에서는 악성 활동이 3개월 넘게 이어졌고, 심각한 침해 사고의 52%는 90일이 지나서야 발견됐다고 전했다. 공격자는 빠르게 내부 시스템으로 이동하지만 기업은 침입 사실을 장기간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카스퍼스키는 대량의 보안 경보를 AI로 선별하고 탐지와 대응을 자동화하는 보안운영센터(SOC)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히아 총괄 사장은 “앞으로의 방어 체계는 인간과 AI가 함께 작동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될 것”이라며 “AI가 탐지와 분석을 수행하더라도 마지막 결정권은 인간이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 같은 보안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카스퍼스키는 AI 도구 다운로드와 실제 업무 적용 단계까지 확인하는 'AI 프로텍트 솔루션'을 오는 18일 출시할 예정이다.
카스퍼스키 AI 프로텍트는 애플리케이션(앱), 보안 운영, 인프라·공급망 등 3개 계층을 보호하는 구조다. 조직에서 어떤 AI 앱과 에이전트를 사용하는지 파악하고, 실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점검한다. 거대언어모델(LLM)과 오픈소스 구성요소를 내부 환경에 적용하기 전에 악성 기능이 포함됐는지도 검사한다. 카스퍼스키는 승인받지 않은 AI 도구가 사용되는 '섀도 AI'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히아 총괄 사장은 “기업은 비즈니스 부서에 AI를 사용하지 말라고 할 수 없다”며 “AI로 조직을 보호하는 동시에 AI 자체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광저우=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