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형암호의 산업 현장 활용 가능성을 따져보는 작업이 시작된다. 데이터를 암호화 상태로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의료·금융·공공 등 민감정보를 많이 다루는 분야에서의 실제 활용 가능성과 성능, 기술적 한계를 검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최근 '동형암호 적용 가능성 분석 및 시나리오 도출' 용역 사업을 발주했다.
이를 통해 올해 말까지 의료·금융·공공 등 산업별 적용 후보를 추리고, 성능·정확도 실증을 거쳐 적용 시나리오와 단계별 도입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동형암호는 데이터를 복호화하지 않고 암호화된 상태에서 연산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민감한 원문 데이터를 드러내지 않은 채 필요한 계산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의료·금융 정보 등 민감한 데이터를 외부 시스템에 맡겨 분석하거나, 서로 다른 기업·기관이 데이터를 함께 활용해야 할 때 장점이 있다. 인공지능(AI) 분석 과정에서도 민감한 원문 데이터의 노출을 줄이는 기술로 활용할 수 있다.
동형암호는 높은 보안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암호화된 상태에서 연산을 수행하려면 평문 연산보다 훨씬 많은 계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동형암호 전용 가속기 개발과 같은 기술적 진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인텔은 2월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 2026)에서 완전동형암호(FHE) 가속기 '헤라클레스' 시제품을 공개했다.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제온' 대비 연산 처리속도가 최대 5000배 이상 빠른 것으로 소개됐다.
KISA는 이번 과제를 통해 현재 기술 수준에서 동형암호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따져볼 계획이다. 의료·금융·공공 등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 처리 구조와 보안 요구사항을 분석하고 동형암호 기술 활용 가능성이 높은 업무를 추린다.
후보로 선정된 분야를 대상으로는 동형암호 적용 모의실험을 진행한다. 평문으로 처리할 때와 비교해 연산 속도와 정확도가 어느 정도인지, 추가로 필요한 컴퓨팅 자원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확인하고 기술적 도입 한계까지 분석한다.
최종적으로는 현 기술을 적용해 활용할 수 있는 영역과 아직 어려운 영역을 구분한다. 또 산업별 활용 시나리오, 단계별 도입 로드맵, 시스템 구축에 참고할 참조모델을 마련할 예정이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