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보안업체들이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국내 보안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보안 특화 인공지능(AI) 개발이 중요해지고 있다.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개발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하는 것이 목표인지, 세계와 견줄 만한 사이버보안 AI를 만드는 것이 목표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사이버보안 AI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특정 독자 모델만 쓰도록 제한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특화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사이버 보안 분야)' 사업 수행기관으로 네이버클라우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네이버클라우드 컨소시엄에는 AI·보안기업과 대학·연구기관, 수요기관 등 33개 기관이 참여한다.
네이버클라우드 B200 4000장, LG CNS H200 256장과 정부 지원 B200 256장를 투입해 공격과 방어에 각각 특화된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로는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와 LG '엑사원(EXAONE)'이 사용된다.
이번 사업 추진 배경에는 프론티어 AI 접근성 격차가 있다. 글로벌 보안업체들은 오픈AI·앤트로픽과 협력해 최신 모델을 제품 개발과 취약점 점검에 활용하고 있지만 국내 보안기업은 같은 수준의 접근 기회를 확보하기 어렵다.
정부는 독자 보안 특화 AI를 확보해 국내 기업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외산 AI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공공기관과 일부 민간기업은 민감한 보안 데이터의 국외 이전을 우려해 활용에 제약을 두고 있다.
다만 독자 모델을 활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성능 기준을 낮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국내외에서 상용 AI나 오픈웨이트 모델을 활용한 보안 솔루션이 나오고 있는 만큼 객관적인 성능 비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과 평가도 실제 보안 성능을 중심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기존 상용 모델과 동일한 환경에서 취약점 탐지와 검증, 오탐 여부, 공격·방어 시나리오 분석 능력 등을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능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공공 중심으로 활용을 늘리면 국내에서만 쓰이는 '갈라파고스형' 기술이 될 우려가 있다.
물론 국방·국가안보처럼 민감한 정보의 외부 반출이 제한되는 영역에서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의 필요성이 크다. 최고 성능만이 아니라 데이터 주권과 폐쇄망 운용이라는 별도의 정책 목표가 성립할 수 있다.
결국 사업의 성패는 독자 모델을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기존 상용 AI보다 무엇이 뛰어난지를 증명하는 데 달린 것으로 분석된다.
김 교수는 “성능이 충분하지 않은데 활용처를 늘리는 방식으로 성과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보안 특화 AI는 객관적인 성능으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