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현장을 가다] 한전, 재생e 시대 '전력망 체력' 키운다…플라이휠·슈퍼커패시터 출격

재생e 확대에 발전량 넘어 ‘계통 안정성’ 부상
대형 발전기 줄면 자연적으로 확보하던 관성 감소
주파수·전압 안정화하는 새로운 계통기술 확보
제주·고창 넘어 해외·첨단산업까지 실증 확대
플라이휠 동기조상기 공장 검수 현장. 사진 출처  : 한국전력공사
플라이휠 동기조상기 공장 검수 현장. 사진 출처 : 한국전력공사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맞춰 한국전력이 전력망의 '기초체력'을 높이는 기후테크 개발에 속도를 낸다. 발전량을 늘리는 것을 넘어 전력망의 주파수와 전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술을 확보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원 전환에 대비한다.

한국전력은 플라이휠 동기조상기와 슈퍼커패시터 등 차세대 전력망 안정화 기술을 개발하고 국내외 실증을 확대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원 구성이 바뀌면서 전력산업의 과제도 달라지고 있다. 필요한 전력량을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순간적인 발전량과 수요 변화에도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태양광과 풍력은 기상 여건에 따라 발전량이 짧은 시간에도 달라진다. 전력망은 다른 발전기와 저장장치 등을 이용해 균형을 맞추지만 변화가 빠르고 규모가 커질수록 순간적인 흔들림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대표적인 지표는 주파수와 전압이다. 우리나라 전력망은 60㎐를 기준으로 운영된다. 전력 소비가 생산보다 많으면 발전기 회전속도가 느려지면서 주파수가 낮아지고, 생산이 소비보다 많으면 반대로 높아질 수 있다.

전압 역시 일정 범위를 유지해야 한다. 전압이 지나치게 낮으면 모터 등이 제 성능을 내지 못하고 너무 높으면 설비와 절연 성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전력회사가 발전기 출력과 각종 전력설비를 실시간 조정하는 이유다.

특히 사고 직후 초단위 대응이 중요하다. 대형 발전기가 갑자기 멈추더라도 다른 발전기가 즉각 같은 양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발전기가 출력을 높이거나 저장장치가 전기를 공급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이 사이 주파수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얼마나 늦출 수 있느냐가 전력망 안정성을 좌우한다.

기존 전력망에서는 대형 발전기의 무거운 회전자가 일종의 '완충장치' 역할을 했다. 이미 빠르게 돌고 있는 회전체가 운동 상태를 유지하려는 관성 덕분에 갑작스러운 계통 변화가 발생해도 순간적인 충격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태양광처럼 전력변환장치를 통해 전력망에 연결되는 발전원이 늘고 기존 대형 발전기의 운전이 줄어들면 전력망이 자연스럽게 확보하던 회전 관성도 감소할 수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 자체가 불안정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발전 방식이 달라지면서 기존 대형 발전기가 전력 생산과 함께 제공했던 안정화 기능을 별도의 설비와 운영기술로 보완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전은 이 같은 전력망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안정화 기술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한다.

제주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플라이휠 동기조상기 구성도. 사진 출처 : 한국전력공사
제주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플라이휠 동기조상기 구성도. 사진 출처 : 한국전력공사

플라이휠 동기조상기는 무거운 회전체의 물리적인 관성을 이용한다. 슈퍼커패시터는 전기를 빠르게 저장하고 공급하는 방식으로 순간적인 변화에 대응한다. 작동 원리는 다르지만 사고 직후 전력망의 충격을 줄이고 다른 설비가 대응할 시간을 확보한다는 목표는 같다.

한전은 제주에서 플라이휠 동기조상기를 실제 전력망에 적용하고, 고창에서 확보한 슈퍼커패시터 기술은 해외 전력망으로 실증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첨단산업 성장으로 미래 전력망에는 더 많은 전기를 받아들이는 능력과 함께 더 빠른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한전은 국내외 실증을 통해 기술 신뢰성을 확보하고 향후 전력망 특성에 따라 다양한 안정화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발전설비를 늘리는 것만큼 전력망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기술이 중요해진다”며 “기존 대형 발전기가 자연스럽게 제공했던 관성과 전압 유지 등 계통 안정화 기능을 다양한 기술로 보완해야 재생에너지 수용 능력도 함께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창 슈퍼커패시터 실증설비 전경. 사진 출처 : 한국전력공사
고창 슈퍼커패시터 실증설비 전경. 사진 출처 : 한국전력공사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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