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형공기업 1년, 발전산업 패러다임이 바뀐다] <2회> 10년 먹거리 해외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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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6개 발전회사는 해외자원 개발과 해외전력사업 진출이라는 공통된 현안을 갖고 있다. 국내 전력 산업 성장이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우려 속에 해외투자와 진출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내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4월 한국전력 5개 발전자회사가 해외사업을 조정하는 실무협의회를 구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업 중복운영과 과당경쟁 방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시장형공기업 1년, 발전산업 패러다임이 바뀐다] <2회> 10년 먹거리 해외에서 찾는다

올해 시장형 공기업 1년을 맞는 국내 발전사들이 해외투자와 전력사업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 발전회사 엔지니어들이 해외 현지 직원들과 발전소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올해 시장형 공기업 1년을 맞는 국내 발전사들이 해외투자와 전력사업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 발전회사 엔지니어들이 해외 현지 직원들과 발전소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발전회사 한 관계자는 “5개 발전회사는 그동안 축적된 발전운영 능력과 기술 인프라를 기반으로 새로운 수익기반을 창출하고 향후 10년을 준비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신재생에너지·자원개발 등 해외사업 활성화 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6개 발전회사는 올해 해외사업에서 성공스토리를 쓰겠다는 강한 의지다. 원자력과 화력발전 수출, 시운전·지분투자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발판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세웠다.

◇“국내는 좁다” 해외로…해외로=지난해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된 한전 발전자회사는 올해부터 한전이 아닌 정부로부터 경영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각 발전회사는 내부적으로 경영실적 관리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발전회사 간 경쟁이 시작되면서 사업 확대와 재무구조 안정화는 필수 요소가 됐다. 전력산업 구조의 큰 틀은 유지하되 운영상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이들이 올해 해외사업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발전회사 한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한전이 어떤 평가결과를 받느냐가 큰 관심사였다면 올해부터는 발전회사 스스로가 챙겨야 하는 무거운 짐을 안게 됐다”며 “포화된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진출을 서두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외사업 4년차를 맞는 남동발전은 올해 해외 매출 500억원 달성이 목표다. 전력생산의 핵심원료인 유연탄 자주개발률은 2020년까지 50%를 달성하겠다는 야무진 중장기 계획도 세웠다. 특히 뭉칫돈을 투입해 자원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중국 사업자와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내 전문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해당 국가와 우호협력관계를 구축해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진행 중인 해외사업은 자원개발, 민자발전, 신재생에너지사업 등 7건에 달한다. 칠레·인도·인도네시아에서는 모두 2620㎿에 이르는 화력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말과 내년에 걸쳐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다. 신재생사업은 루마니아를 비롯한 세계 풍력 이머징마켓으로 부상하고 있는 동유럽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석탄화력 건설과 운영경험을 활용한 R&D(성능복구) 사업은 칠레·불가리아·인도네시아·사우디 등 핵심거점을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다.

지난 2006년 글로벌 메이저 경쟁사들을 제치고 인도네시아 찌레본 발전소 수주에 성공한 중부발전 역시 `세계 1위 화력발전사`가 중장기 목표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설비용량 3만㎿(국내 1만5000㎿·해외 1만5000㎿),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 1600㎿를 달성하고 아시아에선 해외사업 비중을 22%에서 50%로 확대했다.

또 동남아 화력발전 위주의 해외사업을 아프리카·북미로 시장 다각화를 꾀했다. 수력·풍력·태양광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국내 전력산업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중부발전은 지난해 미국 최대 규모 태양광발전사업인 볼더시 태양광발전사업을 수주하는 쾌거를 거뒀다. 3년간의 인허가와 공사기간을 거쳐 2014년 12월 준공과 함께 상업운전에 들어간다.

◇종합 에너지그룹으로=인도 가스복합화력 건설 착공, 러시아 열병합발전소 합작법인 설립. 올해 서부발전이 해외 발전사업에서 이뤄낸 성과다. 서부발전은 올해 초 인도 뭄바이시 마하라쉬트라주 산업단지 내에 현지 개발사가 추진하는 388㎿ 가스복합 발전소 운영사로 참여했다. 또 지난 1월에는 국내 발전사로는 처음으로 200㎿ 러시아 북카프카즈 열병합발전소 건설·운영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서부발전은 올해 40여년의 발전소 건설과 운전, 정비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전력시장에 적극 진출하겠다는 의지다. 여기에 국내 건설사와 동반진출을 통해 기자재 수출 기회 창출과 발전사업 신규수익 창출, 질 좋고 저렴한 유연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해외 신재생사업 중장기 과제로 미국 네바다 태양광(125㎿), 필리핀 레돈도 풍력(50㎿), 인도네시아 바이오매스(40㎿)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기존 동남아지역에 편중된 해외사업을 올해부터 미국·몽골·러시아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부발전은 운영·정비(O&M)사업과 시운전용역·신재생에너지·자원개발 등을 통해 2020년 해외사업에서 매출 3조원을 달성하고 글로벌 에너지그룹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준공한 요르단 알 카트라나 발전소 O&M사업은 계약금 2억4500만달러, 사업기간 25년의 대규모 프로젝트로 중동지역 진출의 노둣돌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남부발전은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산업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파키스탄 발전설비(2만5000㎿)의 14%에 해당하는 2GW 규모 풍력발전단지를 개발해 동남아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여기에 인도·칠레·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 전문가와 건설 분야 전문인력 등을 신성장동력실에 배치해 해외사업개발 기초를 마련했다.

동서발전의 올해 해외사업 매출 목표는 6500억원이다. 지난 2009년보다 120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해외사업은 시운전·신재생을 포함해 10건 이상이다. 동서발전은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현지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LNG 직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최근 미국 셰일가스 개발 붐에 따른 세계 LNG 시장의 격변을 주목하고 있으며 발전용 LNG 직도입을 통한 핵심원료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 전력설비 예비율에 여유가 생기면 저열량탄 도입경쟁이 치열할 것에 대비 인도네시아 갈탄 등에 집중할 방침이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중국 EPC 업체들의 저가 공세는 이미 해외 전력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협상력을 갖고 있다”며 “정부와 금융권의 적극적인 지원이 발전사의 해외사업 진출 성공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주개발률 확대로 자원전쟁 정면돌파

발전회사들의 올해 주요 경영전략 핵심 가운데 하나는 자주개발률 확대다. 세계 에너지자원 확보경쟁이 심화되면서 유연탄 등 발전연료 확보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발전연료를 찾기보다 해외자원 개발을 통해 수익성 강화에 나선다는 포석이다.

발전 5사 자주개발률을 살펴보면 대부분 2020년까지 5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호주 등 많은 유연탄을 보유한 국가를 대상으로 다양한 자원개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남동발전은 2020년 유연탄 자주개발률 50%를 달성해 `전력 한류`의 당당한 주역이 되겠다는 포부다. 지난해 호주 물라벤광산과 인도네시아 아다로사광산에 각각 128억원·143억원 사업비를 투자해 362만톤 우선 구매권을 확보했다. 이 회사가 연간 사용하는 물량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중부발전도 2020년까지 연간 600만톤 유연탄을 확보, 자주개발률 30%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다. 현재 호주 물라벤광산에서는 연간 62만5000톤을 공급받고 있으며 북미·사할린·인도네시아 지역에서 자원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발전연료 수급안정을 위해 베트남산 무연탄을 6개월 이상 장기계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유연탄 재고 일수를 20일로 유지하기로 했다.

서부발전은 인도네시아 남부칼리만탄 해상선적터미널사업과 중소광산 직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공급선 다변화와 채널 확대로 중장기 수급안정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남부발전 역시 2020년까지 유연탄 자주개발률을 55%인 1980만톤으로 잡았다. 현재 호주 물라벤광산과 인도네시아 롱다릭광산에서 362만5000톤을 공급받고 있다.

동서발전은 호주 코카투광산과 인도네시아 GAM광산에서 연간 400만톤 유연탄을 수입하고 있다. 연간 유연탄 사용량의 27% 규모다. 동서발전은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단순구매방식을 벗어나 본격적인 개발반입 전략을 수립 중이다. 또 광물자원공사·민간기업 등과 발전연료 공동투자를 통해 도입물량과 조달물량을 구분해 운영할 계획이다.

◆해외진출, 현지 민심잡기부터

발전회사들의 해외사업은 진출 국가 정부와 협력이 최우선 고려대상이지만 현지 민심도 무시할 수 없다. 해외 발전 프로젝트와 자원개발이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30년 이상 소요되는 만큼 수익 사회환원과 일자리 창출이 필수 요소다. 핵심 사업에 앞서 사회공헌활동에 더 `공`을 들이는 이유다. 발전회사들은 봉사활동과 사회간접자본 투자, 구호물품 전달 등 다양한 민심잡기를 펼치고 있다.

중부발전은 인도네시아 파워발전소 지역주민에게 50대의 컴퓨터를 기증하는 한편, 2006년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임직원이 모금한 성금 2만달러를 전달하기도 했다. 또 탄중자티 발전소 인근 지역에 학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동서발전은 지난 2010년 발생한 아이티 지진시 7300만원을 기아대책에 후원했으며 피해를 입은 발전소와 변전소 추가 신설을 도왔다. 또 해외사업 추진지역 출신의 국내 다문화 가정도 지원하고 있다. 현재 5가구 6명 학생에게 분기 1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남동발전 역시 이달 준공 예정인 불가리아 태양광 건설 작업에 지역주민을 고용하는 일자리 창출을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 꽝짝 석탄화력 발전소 인근지역에는 지역 주민을 위한 편의시설을 마련하고 있다.

발전사 한 관계자는 “국내와 같이 해외 발전사업도 현지민심을 잡지 못하면 중간에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진출한 국가의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진정성을 인정받는 게 해외사업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발전사별 해외진출 현황


특별취재팀=김동석 부장(팀장) dskim@etnews.com 조정형·박태준·함봉균·유창선·최호·유선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