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구글·페이스북 이어 넷플릭스까지...흔들리는 방통위 규제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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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방통위 재정 절차 중 소송
구글도 시정조치에 강력 반발
페북, 과징금 두드려맞자 소송
법 부재로 불공정행위 막을 길 없어

[이슈분석]구글·페이스북 이어 넷플릭스까지...흔들리는 방통위 규제권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위상이 흔들린다. 국내법을 준수하지 않거나 국내 사업자와 갈등 중인 글로벌 기업에 대한 시정조치와 규제, 조정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은 조사 비협조와 행정처분에 대한 불복, 행정절차 진행 중 소송 등 국내 규제당국을 존중하지 않는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본사와 커뮤니케이션을 이유로, 국내법상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방통위 요청과 권고를 가볍게 여긴다.

글로벌 기업 다수로 확대되는 갈등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면 향후 규제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장으로 촉발된 방송통신 산업 전문규제기관으로서 방통위 위상을 강화하려는 자체 노력과 더불어, 새롭게 출발하는 21대 국회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 논의가 요구된다.

◇재정절차 중 소송 제기한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콘텐츠 제작 기업인 넷플릭스가 트래픽 관련 망 운용·증설·이용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법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결정이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캐시서버 역할로 트래픽 효율적 관리가 가능한 오픈커넥트프로그램(OCA) 무상 설치를 제안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정당한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서왔다. 양측은 방통위에 답변서 제출 등으로 상호 입장을 확인해왔다.

문제는 방통위 재정절차 중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방통위가 양측 답변서를 받고 대면 질의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소송을 제기, 관련법에 따라 재정절차가 중지됐다. 방통위는 내달 재정에 대한 확정안을 도출할 계획이었다.

법원이 관련법에 의거해 판단을 내겠지만 주무 행정기관인 방통위 규제를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소송이 방통위 재정절차가 아닌 SK브로드밴드와 의견 합의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방통위 재정절차에 충실히 임했지만 SK브로드밴드와 문제에 대한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SK브로드밴드와 협상도 지속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개인정보 조사 '비협조'

글로벌 기업이 국내 규제기관을 존중하지 않은 태도를 보인 대표 사례는 구글이다.

구글은 2011년 스마트폰 정보 암호화 미흡으로 시정명령을 받은 이후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수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구글은 2011년 위치정보보호법 16조를 위반, 위법사항에 대해 방통위 시정조치 명령을 받았다. 당시 방통위는 위치 정보 캐시를 암호화하지 않아 단말기에 저장된 캐시 정보를 보호하지 않은 책임을 물었다.

2014년에는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통한 개인정보 무단 수집이 문제가 됐다.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지국 정보인 '셀ID'를 통해 국내 이용자 개인정보를 취합한 게 적발됐다.

방통위는 구글 본사에 과징금 2억1230만원을 부과하고 이용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수집한 모든 개인정보를 삭제하도록 시정조치 명령을 내렸다. 삭제 과정은 방통위가 확인할 수 있도록 명령했다. 또, 구글 한국 홈페이지에 시정조치 명령을 받은 사실을 공표하도록 했다.

당시 구글은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검색창 이외 어떠한 것도 띄우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시정조치가 내려진 지 6개월 만에 미국 본사에서 방통위 관계자 입회 아래 정보를 파기했다. 구글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문제 확인부터 해결까지는 3년이 소요됐다.

2018년 외신 보도를 기반으로 이용자 지메일 내용을 외부 업체에 제공했다는 의혹, 위치정보 무단 수집 의혹에 대한 방통위 입장 요구에도 구글은 묵묵부답이었다. 국정감사에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가 “다른 어떤 목적을 위해 저장하거나 사용한 바 없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페이스북은 입법미비 악용

페이스북은 소송을 통해 방통위 징계에 강력 반발했다. 방통위는 2018년 3월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고의로 이용자 접속속도를 저해한 페이스북에 시정명령과 업무처리 절차 개선,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은 2017년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망 접속경로를 기존 KT에서 해외로 통보없이 변경했다. 직후 페이스북 응답속도가 평소보다 몇 배나 느려지는 등 고객 항의가 빗발쳤다.

방통위가 페이스북 접속경로 무단변경에 대한 실태점검·사실조사에 돌입한 뒤 접속경로를 기존 KT로 원상복구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무단 변경의 고의성 등을 고려, 과징금과 시정명령 제재 처분을 내렸다.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년여 간 여섯 차례 법정 공방이 펼쳐졌고 지난해 8월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엄격하게 법조문을 해석, 해외 콘텐츠사업자(CP)가 인터넷 접속경로(라우팅)를 변경해 서비스 품질을 변경 한 것 자체는 현행 법률상 구체적인 규제 조항이 없으므로 불법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유민봉 미래통합당 의원이 제안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예로 들며,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 품질을 저하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는 관련 규제 필요성을 제시했다.

방통위가 항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 라우팅 변경으로 이용자 이익이 현저히 침해됐다는 점과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 제정 취지를 강조할 전망이다. 법 제정 취지가 이용자 피해를 유발한 사업자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적극행정으로 위상 제고해야

넷플릭스 소송 제기로 재정 절차는 중지됐지만 방통위가 망 이용대가 관련 자체 결론을 내리는 등 적극적 역할이 요구된다. 넷플릭스 소송 자체가 채무 여부를 확인하는 소송인만큼 망 이용대가 산정과는 별개라는 게 통신사 중론이다.

사후규제 기관으로 운신 폭이 넓지 않은 한계는 21대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방통위는 금지행위로 사후규제를 하는 기관이다. 주로 기간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의 이용자 불공정 행위에 대한 규제를 담당, 역할이 제한적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21대 국회에서 글로벌 콘텐츠 기업(CP)과 국내 통신사(ISP)간 갈등 시 국내법 부재로 불공정한 행위가 합법화되는 일이 없도록 법 제·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면서 “사후 분쟁 규제 관련 방통위 역할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 조사 실효성 확보를 위한 법·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 조사결과, 방통위가 페이스북과 구글 등 글로벌 기업 개인정보 침해사건 조사과정에서 기초 자료를 받는 데만 6개월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