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까지 총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기술 개발 사업이 본격 시작됐다. 정부는 미래차용 인공지능(AI) 반도체, 사물인터넷(IoT) 가전용 AI 반도체, 바이오용 시스템반도체 등을 상용화해 신시장을 개척하고 메모리 중심의 국내 반도체 산업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다. 이는 지난해 4월 정부가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 후속 조치로, 국내 시스템반도체 기술 경쟁력과 산업 생태계를 고도화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 신시장을 선도할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산·학·연 협력 과제 및 수행기관 선정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지원에 나선다고 3일 밝혔다.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추진하는 이번 사업은 총 45개 과제로 구성됐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반도체 기술, 특히 AI 중심의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특징이다.
우선 미래차, IoT 가전, 바이오, 로봇, 공공 분야를 5대 전략 분야로 지정하고 각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한다.
미래차 분야에서는 자율주행차량에 탑재될 AI 반도체를 개발한다. 운전자 주행 습관을 인지, 판단해 주행을 보조하는 반도체와 주변 사물을 인식해 거리 조정 등 안전운행을 지원하는 반도체 등 10개 과제가 추진된다. 가온칩스, 넥스트칩, 전자기술연구원 등이 참여하고, 올해 총 93억원이 지원된다.
IoT 가전 분야에서는 지능형 폐쇄회로(CC)TV 등 재난·사고 모니터링 디바이스에 활용되는 저전력 AI 반도체와 음성인식을 통해 작동하는 스마트 가전용 반도체 개발 등 총 8개 과제에 92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바이오 분야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대응 차원에서 가정용 자가진단 키트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반도체와 생체 신호 측정이 가능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및 홈 의료용 반도체가 개발될 예정이다.
이 밖에 위치센서를 활용한 로봇팔 제어 모터용 반도체, 생체·위치정보를 활용한 범죄 징후 예측 칩, 매설된 가스배관에서 가스 누설을 감지할 수 있는 반도체 등도 포함됐다.
45개 과제에 투입될 금액은 오는 2029년까지 총 1조96억원으로 계획됐다. 산업부가 2026년까지 5216억원, 과기정통부가 2029년까지 4880억원을 각각 지원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의 경우 원천 기술 및 기반 기술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지원 기간에 다소 차이가 있다.
이번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개발 사업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의 후속 성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종합 반도체 강국' 도약을 목표로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육성하고 인력 양성과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의 구체적인 대상이 선정됐다.
정부가 겨냥한 차세대 반도체는 AI를 중심에 담아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큰 효과가 기대된다. 학습과 추론 등 AI 구현에 요구되는 대규모 데이터 처리에 특화된 반도체는 스마트폰, TV, 냉장고,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접목되면서 수요가 커지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19년 77억달러에서 2025년까지 연평균 37.5%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이런 변화에 대응해 국내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AI 반도체는 인텔, AMD, 퀄컴, 애플 등 세계적 반도체 업체들이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분야여서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실제 상용화까지 성공적으로 이어지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이 같은 고민에서 수요 연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익노 산업부 반도체디스플레이 과장은 “이번 기술 개발이 분야 간 연계돼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단일 사업단을 운영하고, 개발된 기술이 최종 사업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공급과 수요 기업 간 협력 플랫폼(얼라이언스 2.0)을 통해 수요 연계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