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길을 택했다면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가 됐겠죠.”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는 '단일화' 가능성에 대한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에서 서울시장과 국회의원 출마를 제안받았다. 청와대는 국무총리를 맡아달라고 '삼고초려'했다. 이번 대선에선 양당 모두에게 대선 경선에 후보로 나서달라고 요청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기득권 정치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았다. '단일화'나 거대양당 입당으로는 '승자독식구조'로 점철된 현재 정치구조를 바꿔낼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아래로부터의 혁신을 통해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김 후보를 서울 영등포구 캠프 사무실에서 만났다.
대담=이경민 정치국제부장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냈다.
▲경제부총리로 지명되기 전에 대통령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전화 통화도 없었다. 나중에 만나게 됐는데 그 때 세 가지 말씀을 드렸다. 그 중 하나가 '소득주도성장'(소주성)에 대해서였다. 새 정부 경제정책이 소주성으로 다 도배돼 문제가 있었다. 소주성만으로는 경제정책을 담보할 수 없고 정쟁으로 끝날 가능성 있는 이념 논쟁이다. 그래서 혁신성장을 말씀드렸다. (문 대통령의) 허락을 받고 인사청문회 때부터 혁신성장을 강하게 주장했다. 처음부터 청와대와 정책에서 대립각을 많이 세웠다. 최저임금 인상과 부동산 정책, 법인세 인상 세 가지는 브레이크를 많이 걸었다. 혁신성장은 반대로 청와대가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런 상황이 1년 6개월간 진행돼 안타까웠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문재인 정부 관료 출신이다.
▲윤 후보는 검찰총장까지 이번 정부에서 했지만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간에 정치에 뛰어들었다. 나는 부총리를 그만두고 3년간 기득권을 내려놓기 위해 노력했다. 전국을 돌며 국민을 만났다. 정치에 바로 뛰어든 것도 아니다. 윤 후보는 과거를 재단하는 수사 책임자였다. 대한민국 지도자로서 필요한 미래 비전과 정치 콘텐츠에 대해 어느 정도 고민했는지 상당히 의심스럽다.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자기 철학과 생각이 있는지도 우려된다. 나는 예산실장과 부총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국정운영과 미래에 대해 생각했다. 부총리를 그만두고선 2년 반 동안 전국에서 국민을 만나고 대한민국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문제를 풀 대안은 무엇인지, 풀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런 국정운영 능력과 비전, 국민과의 소통능력, 특히 각종 비리나 구설수, 언행 등에서 윤 후보와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지지율이 많이 올랐다.
▲안철수 후보 지지율이 많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고, 부럽다. 정권교체를 주장하는 야당 후보의 리스크가 커진 것에 대한 반사효과라고 본다. 지속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안 후보가 정치한 지 11년 즈음 됐을 것이다. 초기 안철수 현상도 우리 정치에 파란을 일으켰다. 그때의 안철수 현상은 어떤 고유명사가 아닌 일반명사라고 생각한다. 고착화된 양당 구조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일종의 보통명사다. 그러나 그후 11년 동안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보였다고 보진 않는다. 정치판을 바꾸고 세력을 교체하려는 큰 틀과 비전보다는 본인이 뭐가 되려는 생각, 기존 양당을 비판하면서도 그 양당의 행태를 따라가는 그런 것을 때문에 국민들이 실망했던 게 아닌가 싶다.
반면에 나는 정치 스타트업이다. 창업한 지 5개월 됐다. 인지도가 낮은 게 사실이다. 알려만 지면 지지율이 2~3배, 그 이상 뛰어오를 것으로 생각한다. 대선후보 TV토론에 나가는 것을 목표로 내가 가진 비전과 경제 콘텐츠를 제시하고, 새로운물결의 광역시도당 창당과 같은 세력화를 통해 도약 발판을 만들 것이다.
-후보 간에 청년세대에 대한 구애도 증폭되고 있다.
▲청년들을 많이 만난다. 그래서 물어본다. 원하는 게 뭐냐고. 그러면서 또 이렇게 반문한다. 청년수당, 경제적 지원 이런 것을 원하느냐고. 많은 청년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필요한 것은 포퓰리즘 성격의 나눠주는 어떤 재원이 아니라 기회다.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게 우리 사회와 경제의 역동성이다. 일할 기회, 장사할 기회, 공부할 기회, 사업할 기회, 창업할 기회 등을 만들어야 되고, 더 나아가 사랑하고 결혼하게 만들어야 한다. 기회의 빈익빈 부익부가 심하다보니 기회의 사재기 현상까지 나온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기회를 줄 수 있을까 하는 게 청년정책의 큰 방향이 돼야 한다.
-구체적 실행방안은.
▲실천하는 그룹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대한민국 자체를 변화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기득권 공화국이다. 사회적 계층 이동이 단절되고 수조 색깔로 인생이 결정된다. 판을 바꿔야 한다. 그래서 기회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추격 경제, 세습 경제, 거품 경제를 깨야 한다. 두 번째는 청년을 위한 어떤 방안과 대책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청년 5대 권리장전을 주장한다. 안전할 권리, 일할 권리, 주거할 권리, 정책참여 권리, 자기개발 권리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청년의 정책참여 권리가 중요하다. 주요한 의사결정에서 미래세대와 관련된 의사결정에서 청년이 참여해 결정하게끔 해야 한다.
-언택트,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도 빨라지고 있다.
▲이에 대한 영향은 사회 전체, 국가 전체가 다 받는다. 경제에선 산업구조를 바꿔야 하고 경제 패러다임도 변화해야 한다. 경기에 민감한 자동차나 반도체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을 구상해야 한다. 플랫폼 경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을 활용한 산업구조 개편을 준비할 때다. 이 산업구조 개편은 시장과 민간기업이 주도해야 한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같은 시간, 장소에 학생을 모아놓고 하는 교육이었는데, 이제는 언제어디서나 같은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 교육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었다. 엄청난 변화다. 경제와 교육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등구조에서도 어떤 플랫폼과 같은 것을 통해 사회적 타협을 이뤄낼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정치 쪽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당을 만들다 보니 여전히 우리 정치 시스템은 직접 수기로 작성하고 문서화가 필수다. 우리는 당원 가입부터 주요 정책 의사결정까지 모든 정치활동을 온라인으로 하고 싶은데 여전히 우리나라는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치, 경제, 교육, 사회 모든 면에서 엄청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선 때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공약이 쏟아진다. 그런데 지켜진 것 같진 않다.
▲우리나라 R&D 예산이 30조원 정도 된다. 민간까지 합치면 세계에서 네 손가락 안에 꼽히는 R&D 투자국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비율이다. 근데 성과가 안 나온다. 공직시절 R&D 예산도 하고 심지어 과학기술혁신본부까지 만들고 의사결정 체제를 바꿔보고 했는데 성과가 없었다. 단적인 예로 R&D 투자하면 성공률이 너무 높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서류상 성공률이다.
R&D 투자는 정부와 민간이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정부는 민간이 하지 못하는 대규모 투자, 미래 먹거리를 위한 선제 대응을 해야 한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문샷'(MoonShot) 프로젝트와 같은 것이 좋은 예다. 정부가 과감하게 투자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규모도 크게 해야 한다고 본다. 민간은 정부가 유인 정책을 통해 R&D 투자에 적극 나서도록 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인재 양성이다. 100만 혁신인력 양성을 공약했는데, 민간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정부에서 과감한 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 부총리 때 해외 출장가는 비행기 안에서 대기업 총수가 한 이야기가 귓가에 멤돌았다. 가장 큰 그룹에 속해 있음에도 인력을 양성하는 게 쉽지 않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AI나 로봇, 블록체인 등 각각의 신산업 부문에서 2000명씩 조건없이 해외로 보내 공부하게 하고 이를 통해 인력을 양성하는 것을 구상했는데 실현하지 못하고 부총리직을 그만뒀다. 이번 공약인 100만 혁신인력 양성은 각 분야에서 해외와 국내에서 레벨별로 교육하는 식이다. 민간이든 공공이든 10% 룰을 적용, 100만 혁신인력 중 10%가 중견기업으로 가고, 10만이 창업하는 식이다. 지금 우리 스타트업에 고용된 인력만 84만명가량이다. 4대 재벌 전체 고용보다 많다. 100만 혁신인력에서 10만 창업이 나온다면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된다.
-정부부처, 청와대 근무 경험이 많다. 조직을 바꿔야 하나.
▲우선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꿔야 한다. 개헌해야 한다. 다른 후보는 주장하지 않는 개헌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 다음 청와대를 바꿔야 한다. 이번 정부만 그런 문제라면 아니겠지만 현 정부를 포함해 모든 정부가 5년 단임제 짧은 임기 내 성과를 내기 위해 청와대가 주축으로 모든 일을 한다. 권력이 집중되고 돈은 많이 써야 하고 그래서 성과를 내고 다음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 제도의 문제다. 분권형 대통령제로, 청와대를 바꿔야 한다. 내각 중심으로 가야 한다. 청와대는 슬림화해야 한다. 옥상옥이 아닌 각자 임무에 따라 권한을 주고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치이념이나 진영논리가 정책에 들어가면 안 된다. 행정부도 바꿔야 한다. 공무원 철밥통을 깨야 한다. 지금 인센티브 시스템은 규제를 만들고 붙잡고 보신주의로 흐르게 한다. 순환보직을 통해 줄을 잘 타야 승진한다. 새로운 도전, 규제개혁하는 공무원이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 필요하면 일부 부처는 개편도 하고 싶다. YS, DJ, MB 때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공직생활을 34년 했다. 누구보다 공직사회가 가야할 방향을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다른 대선 후보에 대해 평가한다면.
▲경기 성남시가 대한민국 전체예산의 0.5% 정도를 사용한다. 경기도는 5.5% 정도다. 이재명 후보는 지자체를 운영하면서 추진력과 실천력이 강하다는 점을 앞세우지만 국정은 전혀 다른 것이다. 이 후보가 했다는 것은 대한민국 전체의 5~6% 정도다. 국가운영에 대한 비전과 철학에 대한 우려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 지나친 포퓰리즘, 표를 의식한 대책을 툭툭 던진다. 그런 것을 아우르는 국정 전반의 철학은 부진한 것 같다. 말로만 아니라 일머리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대장동을 비롯한 비리의혹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에 대한 해명도 필요하다. 윤석열, 이재명 후보 모두 법조인 출신이다. 둘다 법 앞에서 더욱 떳떳해야 한다. 국민이 불안해하고 신뢰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 후보는 과거 전력, 말 바꾸기 등으로 불신후보라고 평가하고 싶다. 윤 후보는 남이 써준 것을 대독하는 것에 불과한 대독후보라는 생각을 한다. 특히 정의와 상식을 강조하지만 남을 향한 잣대와 본인, 본인 주변 잣대가 같았으면 한다.
-새로운물결은 올해 보궐선거, 지방선거에 후보를 낼 계획인가.
▲그럴 계획이다. 우리 모토 중 하나가 “기득권 공화국을 기회의 나라로 만들자”는 것이다. 방법은 아래서부터다. 지금 5개 지구당 창당을 했고 4개가 발기인대회를 마쳤다. 총 9개가 완성된다. 전국 정당이 목표다. 후보도 낼 것이다. 우리 당에 기존 정치인은 없다. 주변 이웃이고 시민이다. 평범한 국민이다. 이런 분들이 자발적으로 당에 오셨다. 기존 정치권에 몸담았던 분들도 환영한다. 가급적 많은 곳에 후보를 내서 우리의 생각을 알리고 정치사회 운동을 하고 싶다.
-단일화는 고려하지 않는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만약 그런 생각을 했다면 이미 나도 기득권 정치인이 됐을 것이다. 여당과 야당 모두로부터 총선에 나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가고 싶은 지역구, 비례를 제안 받았다. 어떤 정당은 선거운동 안 해도 된다고까지 했다. 거절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마찬가지다. 그때도 고사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양당 모두에서 경선 후보로 나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편한 길을 가려고 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했을 것이다. 청와대는 국무총리 후 정치 진로에 대해서 확약까지 했다. 세 번이나 거절했는데 그때마다 그 윗사람, 그 윗사람이 연락을 했다. 평소 존경하는 선배를 통해서도 연락이 왔다. 국무총리가 되면 청와대나 여당과 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했음에도 요청을 계속해 왔다. 쉬운 길을 택했다면 국무총리를 하고 다음을 기약했을 거다. 안전하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었을 것이다.
소설 '해리포터'에서 좋아하는 대사가 있다. '사람은 자기가 하고픈 일과 해야 할 일 중에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지금은 해야 할 일을 할 때다. 소신껏 중심을 잡고 뚜벅뚜벅 가겠다.
-국민에게 주고픈 희망 메시지가 있다면.
▲국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많으세요. 지금 시장에 대기업이 물건을 출시해 팔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죠. 우리 정치 시장을 생각해보십시오. 거대정당은 대기업입니다. 이 거대정당에서 물건을 팝니다. 하나는 후보고, 하나는 정책입니다. 이 물건 마음에 드십니까. 마음에 안 드실 것 같아요. 시장에선 대기업 물건이 마음에 안 들면 혁신기업이나 벤처기업 물건이라는 대체가 있습니다. 이러한 기업은 유니콘 기업이 되기도 합니다. 대기업은 경쟁기업을 방해하겠죠. 저는 불과 5개월 전에 정치 창업을 한 정치 스타트업입니다. 신상품입니다. 사람도 새롭고 정책도 새롭습니다. 대기업이 지금껏 팔던 제품에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제 신상에도 눈을 돌려주세요. 지금의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는 정치판과 정치 세력을 바꾸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 교육 시스템을 바꾸는 일, 우리 사회 갈등과 반목 구조를 깨는 일은 정치 개혁부터가 시작입니다. 신상품 김동연과 새로운물결에 관심 갖고 성원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