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2022]비주류·초짜에서 유력정치인 발돋움...대선까지 결정적 여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번 대선 과정을 통해 여야 유력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 여의도 경험없는 당내 비주류 출신, 정치 경험없는 신인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했다. 이들이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대선까지 달려온 결정적 순간을 모아봤다.

◇벼랑끝에서 잡은 기회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후보는 2020년 2월 신천지발 코로나19 확산이 정국 이슈로 떠오르자 신도 3만3000명 명단을 직접 확보했다. 정부 당국이 머뭇거리는 사이, 빠른 정책 추진력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전까지 19대 대선 당내 경선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예의 없이 굴었던, 비주류에 불과했던 그가 당내 대권주자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될 수 있게 된 순간이었다.

[선택2022]비주류·초짜에서 유력정치인 발돋움...대선까지 결정적 여정

같은 해 7월 대법원은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됐던 그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관 7대 5 의견으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이 깨졌다. 경기지사직과 피선거권을 유지하게 된 그는 이를 계기로 기사회생했다. 이후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지지율이 19%까지 상승하며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와 함께 유력 대권주자로 등극하게 된다.

지난해 9월 당내 경선에서 강력한 경쟁자 이낙연 전 대표를 꺾고 민주당 20대 대선 후보가 됐다.

1월 중순엔 부인 김혜경씨 논란으로 위기를 맞았다. 과잉의전 논란에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더해지면서 당선인은 물론, 부인 김씨도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희소식도 있었다. 당내 경선 라이벌이었던 이낙연 전 대표가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하면서 당내 지지층 결집이 시작됐다.

◇정치 신인에서 거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출사표를 던졌다. 윤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출사표를 던졌다. 윤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윤석열 후보가 언론에 주목을 받은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다. 2013년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전임 이명박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 대선 승리를 목적으로 온라인에서 조직적으로 댓글을 조작한 사건을 수사했다. 현 정권을 향한 칼날은 수사 외압으로 돌아왔고 이를 폭로하며 좌천됐다. 당시 그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지금도 회자되는 말을 남겼다.

지방을 전전하던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영수 특별검사 수사팀장으로 발탁된 뒤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들을 줄줄이 구속시켰다. 2017년 3월 탄핵 근거를 마련한 일등공신이 됐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 탄생에 기여했고, 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으로 영전했다.

문재인 정부 일원으로 검찰총장에 재직하던 중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관련해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주요인사와 갈등을 겪으며 검찰총장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2021년 3월 4일로,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라고 강조한 지 두 달만이다.

정치권은 대형 정치신인 등장 여부에 촉각을 세웠다. 3개월간 잠행을 이어온 그는 6월 29일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8월 2일에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그동안 국정감사를 비롯해 적으로 만났던 국민의힘과는 아군이, 아군이었던 더불어민주당과는 적이 됐다. 양당은 공수를 교대했다.

11월 15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을 제치고 대선 후보가 됐다. 윤 후보는 당시 “제 경선 승리로 문재인 정권이 매우 두렵고 뼈아파할 것”이라며 자신을 둘러싼 정체성 논란을 일축했다.

◇진검승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오차범위 내 치열한 지지율 접전을 계속했다. 윤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가 된 지난해 11월 이후 첫 대결에선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섰다. 11월 18일부터 3차례 갤럽조사에 윤 후보가 각각 41.7%, 42%, 38.4%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이 당선인은 32.4%, 31%, 37.4%로 뒤져있었다.

가족 문제도 많았다. 이 후보는 부인과 아들, 윤 후보는 부인과 장모다. 양당 캠프는 이를 상대를 공격하며 중도층 흡수를 노렸다.

당내 경선 불복과 경선 경쟁자가 후보를 나몰라라하는 경우도 같다. 이 후보는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해 친문 지지층이, 윤 후보는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대선을 얼마 남기지 않아서야 두 후보 모두 '원팀'을 이룰 수 있었다.

단일화도 성사됐다. 이 후보가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하자, 이에 뒤질세라 윤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손을 잡았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