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코리아 우리가 이끈다]딛는 걸음걸음이 도전이다, 대한민국 기술 개척자 산·학·연·관

[테크코리아 우리가 이끈다]딛는 걸음걸음이 도전이다, 대한민국 기술 개척자 산·학·연·관

'침체와 소멸' 위기에 놓였던 지방이 대한민국 기술혁신 거점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각 지방이 가진 경쟁 우위 지역맞춤형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산·학·연·관이 협력을 통한 기술 클러스터를 구축, 이를 통한 활발한 연구개발(R&D)과 기술 사업화 등으로 완성도를 높이면서 지역 주도 혁신성장은 물론 국가 기술 경쟁력 강화에까지 힘을 보태고 있다.

기술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이 기술 및 경제 발전 대열에 합류하게 된 핵심 원동력으로는 지역 특성에 기반을 둔 R&D 집적단지 연구개발특구가 손꼽힌다.

R&D를 통한 신기술 창출 및 R&D 성과 확산과 사업화 촉진을 목적으로 1973년 대전 지역에 정부출연연구기관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민간연구소 등을 집적시킨 과학단지 형태의 대덕연구단지로 출발한 연구개발특구는 광주, 대구, 부산, 전북을 포함해 현재 총 5개 광역특구로 확대됐다. 5개 광역특구와 함께 대학, 연구소, 공기업 등 각 지역에 있는 주요 거점 기술 핵심 기관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고밀도 집약 공간인 강소특구가 현재 총 14개 지정된 상태로 지역별 혁신 성과 창출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연구개발특구를 통한 성과는 R&D 투자 12조7000억원, 매출 56조4000억원, 고용인원 251만명(2020년 기준)이라는 경이적 수치를 기록 중이다.

대덕특구에 집적된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성과 창출과 기술 개발 선봉에 서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감염병 관련 기술개발을 통해 국민 삶의 질을 발전시키는 한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해외 의존도로 인한 국내 산업 위기 대응을 위해 소부장 국산화를 점진적으로 이뤄가면서 국가적 기술 위기에 대응했다. 한국광기술원 등 광산업 관련 연구기관이 집약된 광주특구도 미래 기술로 꼽히는 차세대 광 융합 분야에 필요한 연구 역량과 인프라를 보유하며 신산업 분야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대구특구는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하는 융복합 산업 거점으로 2011년 조성 이후 대구와 경북의 혁신 역량 및 고급 기술인력을 활용해 R&D와 비즈니스 기능을 결합한 IT 융복합 클러스터로 자리매김했다. 부산특구는 조선·해양·항만 등 부산이 가지고 있는 해양산업 관련 인프라를 바탕으로 동남권 주력산업인 조선·해양, 기계산업 융·복합화 및 서비스화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 R&D 기반 조선해양플랜트 혁신클러스터를 구축, 대한민국 기술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전북특구는 그래핀, 탄소 등 첨단 융·복합소재와 농생명이라는 특화 분야를 통해 고부가가치 지식기반 기술 사업화를 이끄는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5개 연구개발특구 지정 현황
5개 연구개발특구 지정 현황

전국에 분포한 테크노파크도 지역별 특화산업에 맞춘 지역기업 육성과 신기술 창업보육 등에 앞장서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동시에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테크노파크는 4차 산업 선도 핵심 지원기관 및 지역 혁신 거점기관으로써 1997년 정부 주도로 시작된 테크노파크 조성 사업 이후 송도·경기·대구·경북·충남·광주전남 등 6개에 이어 2000년 부산·포항, 2003년 강원·충북·전북·전남, 2004년 경남·울산, 2005년 경기 대진·서울, 2008년 대전, 2018년 세종 등 20년 만에 19개로 늘었다.

테크노파크는 이제 지역별 특화산업 거점 역할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대부분 마무리 짓고 현장 중심 기업 지원정책을 펴며 성과 만들기에 나선 상태다. 그동안 산·학·연 공동 R&D 사업, 유망 벤처기업 발굴·육성, 신기술 교육·훈련 기능에 방점을 뒀지만 이제 지역산업 기술혁신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지역 자생력을 강화하는 대한민국 핵심 경제 축으로 변모하고 있다.

기술창업 활성화, 중소·벤처기업 과학기술 혁신 역량 강화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된 전국 각 창조경제혁신센터도 기술혁신을 뒷받침하는 동력이다. 유망 기술창업 아이템을 보유한 초기 창업기업인에게 시제품 제작이나 판로구축 등 사업화를 지원함으로써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지역기업의 성장을 돕고 있다.

기술개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인 전문 인력은 각 지역 대학에서 활발하게 양성하고 있다. 각 지역 내 산학협력을 비롯해 R&D, 기초연구 등 중추 역할을 맡아 지역발전 선순환 효과를 불러온 지역 대학들은 각 지자체와 협력을 확대하고 지역 산업에 기여하는 특성화 대학의 모습까지 갖추기 시작했다.

12개 강소특구 지정 현황
12개 강소특구 지정 현황

지역 대학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3단계 산학연협력 선도대학 육성 사업(LINC 3.0)' 선정을 통해 산업선도형 대학으로 성장, 이제는 지역발전과 함께 국가 산업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는 역할도 한다. 올해 LINC 3.0에 선정된 호서대는 △신산업 융복합 산·학·연 연계 교육 △가치 창출형 기업 협업 △지속 가능한 공유협업 플랫폼 전략인 'HIT 산·학 협력' 모델 실현 계획을 제시, 이를 통해 혁신 인재 양성, 특화 분야 기술혁신 선도, 산·학·연 협력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함께 선정된 영남대는 △지역산업 수요기반 맞춤형 인재 양성을 통한 취·창업 활성화 △산·학·연 협력을 통한 지역 산업체 부가가치 창출 △동반성장 생태계 구축·지원 및 공유·협업 강화 등 목표와 함께 산업선도형 대학 도약을 준비 중이다. 미래 모빌리티, 에너지 등 차세대 신성장 동력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산업계 수요에 맞춘 융·복합 교육과정을 활성화하는 한편 캡스톤디자인, 현장실습, 창업지원 등 산·학·연 연계 교육과정으로 신산업과 신기술 분야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추진을 앞두고 있다.

지역별로 분포한 과학기술특성화대학도 국가 기술 경쟁력에 힘을 보태는 주축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포스텍(POSTECH) 등 5개 과기특성화대학은 과학기술 인재 양성, 기술혁신을 도모하는 필두다.

올해 초 5개 과기특성화대학은 앞서 지난해 정부가 기술 주권 확보를 목표로 공급망·통상, 국가안보, 신산업 창출 관점에서 집중 육성·보호하기 위해 선정한 국가필수전략기술 10개 기술 확보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KAIST는 집중 육성 분야로 인공지능(AI), 5G·6G, 반도체·디스플레이, 우주·항공 분야를 선정하고 관련 핵심 인재를 양성함과 동시에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핵심·융합기술 연구 수행에 나선다. UNIST는 한계돌파형 혁신기술 개발 및 실험실 기술 사업화를 통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산업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차전지와 수소, 첨단바이오 등 분야를 집중해 육성할 계획이다. DGIST는 국내 최초 무학과 단일 학부 체계 특성을 살려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바이오, 첨단로봇·제조, 사이버 보안 등 전략기술 분야 융합형 인재 양성에 나선다. GIST는 지역 주력산업과 GIST가 보유한 전략기술 연계 협력을 통해 지역에서 필수 전략기술 혁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첨단바이오, 반도체·디스플레이, AI 등을 집중 육성 분야로 선정했다. POSTECH은 애플, 구글, 포스코 등 국내외 기업과 산학협력 및 해외 연구기관과 국제 교류 강화를 통해 국가필수전략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대전=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