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5세대 D램(D1b) 설계 변경 추진

삼성전자 12나노미터급 16기가비트(Gb) DDR5 D램
삼성전자 12나노미터급 16기가비트(Gb) DDR5 D램
12㎚급 상용화 가장 최신 제품
성능·수율 개선 위한 특단 조치
HBM 대응 주목

삼성전자가 10나노급 5세대 D램(D1b) 설계 변경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D1b는 지금까지 상용화된 D램 중 가장 최신인 제품(셀)으로, 성능과 수율 개선을 위해 반도체 업계에서 이례적인 설계 변경까지 나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12나노미터(nm)급 D램인 'D1b'에 대한 설계를 수정 중이다.

D1b는 삼성전자가 2023년 업계 최초 양산하고, 그래픽 D램(GDDR)과 모바일 D램(LPDDR) 등에 활용한 반도체다. 웨이퍼에서 생산한 D램은 여러 개를 묶어 PC나 서버, 스마트폰 등에 탑재할 수 있게 만들어 판매한다.

1년 넘게 제조한 D램 설계를 바꾸는 건 반도체 업계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매우 드문 경우다.

삼성전자는 D1b를 양산 중에 있지만 성능과 수율을 보다 더 끌어 올리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안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설계를 바꾼다는 건 제조 공정 변화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비용이 적지 않게 드는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그 만큼 개선에 대한 시급성과 필요성, 또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가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삼성전자는 D1b 설계 수정에 따라 생산 공정 변경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말 긴급 장비 발주를 내고, 기존 1x 및 1y 등 구공정(레거시) 라인을 고도화하는 방식(테크 마이그레이션)으로 필수 장비만 반입했다.

새로운 D1b는 장비 구축과 시험 가동 등 일정을 고려하면 연내 양산이 예상된다. 이르면 2분기 또는 3분기 출시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전자가 D1b 설계 변경에 착수한 건 경쟁사 대비 제품 경쟁력이나 양산성이 부족하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이를 개선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실제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인공지능(AI) 시대 필수 메모리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D1b를 탑재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D1a를 넣고 있다.

삼성전자는 D램 경쟁력 강화를 위해 D1b 설계 변경 외에도 'D1b-p'라고 불리는 새로운 개발 프로젝트도 가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D1b-p는 전력 효율과 발열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으로, '뛰어나다'는 의미를 가진 영단어 '프라임(prime)'의 p를 썼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D램 메이커지만 경쟁사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모두 D1b를 상용화한 상태인 데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차세대 D램인 'D1c' 개발까지 마쳤다. 자칫하면 경쟁에서 한 순간 밀려날 상황이어서 삼성전자는 부족분을 채우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 설계 변경이라는 특단의 대책까지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램 경쟁력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제품 출시가 조금 늦더라도 시장 신뢰을 회복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해석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