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줌인] D램 1위 삼성, 개발 지체 우려…공백 최소화 관건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삼성전자가 10나노급 5세대 D램(이하 D1b) 설계 변경에 나선 건 경쟁력 복원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DDR, LPDDR 같은 메모리 제품들이 시장 경쟁에서 밀리거나 뒤쳐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근원적으로 D램(셀)을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D램 이상징후 곳곳서 감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모두 D1b를 공급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PC·서버에 들어가는 DDR,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LPDDR 등을 만들어 판매 중이다. 그런데 유독 최근 삼성전자에서 이상 신호가 나타났다.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스마트폰이자 모바일 사업부(MX)에서 만드는 갤럭시S25에 마이크론의 모바일 D램이 우선 채택됐다. 공급 물량이나 시기에서 우선권을 갖는 1차 공급사(벤더)로 삼성전자 D램이 채택되지 않은 건 매우 이례적이다. 각 사업부가 독립채산제처럼 운영되는 삼성전자지만 세계 1등을 달려온 삼성 D램이 사실상 경쟁사에 밀린 사례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S25에 탑재되는 LPDDR5X 메모리 일부에서 발열 이슈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LPDDR은 D1b로 만들어진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D1b 제품으로 최신 HBM인 'HBM3E'를 만들어 엔비디아에 납품한 것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HBM3E를 D1a로 만든다. D1b는 HBM에 적용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시장 1위인 엔비디아에 삼성전자는 최신 HBM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데, 최근 CES 2025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은 HBM3E를 재설계 해야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왼쪽)와 SK하이닉스 'HBM3E(고대역폭메모리)'
삼성전자(왼쪽)와 SK하이닉스 'HBM3E(고대역폭메모리)'

◇삼성 D램, 경쟁사와 격차 발생하나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D1b 수정 제품이 연내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르면 올 2~3분기께 나올 것으로 관측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개발과 설비 투자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경쟁력 보강과 신속한 대처를 위해 속도를 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D1b를 성공적으로 보완하고, 다시 정상 양산하더라도 경쟁사와의 일정한 차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2분기 양산을 한다 해도, 경쟁사들은 이미 D1b를 판매하고 있는데다, 올 상반기면 차세대 제품까지 출시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1b에 뒤이은 6세대 D램 'D1c'를 다음달 양산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 6세대 제품과 삼성전자 5세대 제품이 올해 시장에 같이 공급되는 것이다. 마이크론도 연내 D1c를 양산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도 D1c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개발에는 들어갔지만 D1b 설계 변경으로 D1c 일정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일이 현실화될 경우 D램 시장 1위인 삼성전자가 개발 로드맵으로는 경쟁사 대비 1년 이상 늦어지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프라임(1b-p) 제품으로 '리스크' 상쇄해야

관건은 얼마나 빨리 신제품을 개발해 내느냐에 달린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D1b 설계 변경과 동시에 성능을 개선한 '프라임(D1b-p)' 제품을 개발,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1x→1y→1z→1a→1b'로 이어지는 D램 양산 일정에서 이례적으로 개선 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설계 변경 및 출하 기간 동안 공백을 메우고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D1b 설계 변경과 개선판인 프라임 제품을 준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프라임 제품 양산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라임 D램은 발열과 저전력이 특징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프라임 제품에서 대대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경쟁사와의 격차를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다”며 “이번 설계 변경 및 프라임 제품 개발이 삼성전자 D램 경쟁력을 좌우할 만큼 중요시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D램 10나노급 4·5·6세대 최초 양산 현황
D램 10나노급 4·5·6세대 최초 양산 현황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