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34>금융규제 완화 주장한 박수용 글로벌 핀테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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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용 글로벌핀테크연구원장은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금융계와 ICT업계가 역할을 분담해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박수용 글로벌핀테크연구원장은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금융계와 ICT업계가 역할을 분담해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핀테크 열풍이다. 애플, 구글, 알리바바 같은 글로벌 소프트웨어(SW)기업이 세계 핀테크 시장을 이끈다. 핀테크가 기존 금융거래를 급속히 대체하면서 핀테크 산업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도 늘고 있다. 국내 1호 인터넷 전문은행도 내년에 우리 앞에 등장한다.

국내 핀테크 산업이 만개하려면 해결할 숙제가 많다. 규제 중심 금융법과 제도를 개정하고 금융계와 정보통신기술(ICT)업계가 협력해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금융 거래 핵심인 ‘보안’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박수용 글로벌핀테크연구원장을 10월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도화동 한 커피점에서 만났다. 박 원장은 원장(院長)직 3관(冠)이다. 서강대 교수로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장을 거쳐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을 지냈고 지난 7월 출범한 글로벌핀테크연구원장을 맡았다.

박 원장은 “세계 100대 핀테크기업에 중국기업은 있어도 한국기업은 없다”며 “규제완화와 부처 간 역할분담으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ICT강국인데 왜 핀테크는 외국에 크게 뒤졌나.

▲두 가지 큰 이유가 있다. 하나는 한국은 SW파워가 약하다. 한국 ICT산업 변화를 보면 하드웨어(HW)는 강했다. 우리는 인터넷강국이다. 그에 비해 SW는 허약하다. 한국을 SW강국이라고 하지 않는다. 핀테크는 금융과 IT를 결합한 SW중심 새로운 금융서비스다. 세계 100대 SW기업에 한국은 없다. 다른 이유는 과도한 금융규제다. 기술은 있지만 규제가 심해 핀테크를 하지 않았다. 규제가 많으면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할 수 없다. 크라우드펀딩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대출형 크라우드펀딩 내용은 없다.

-내년에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하는데 어떻게 보나.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이 외국에 비해 너무 늦다. 핀테크 선진국인 미국은 다양한 인터넷전문은행이 많다. 우리는 금융법과 은행법이 있어 등장하지 못했다. 정부는 올해 안에 한두 곳을 허가할 방침이다. 규제 중심 발상이다. 기준에 부합하면 모두 허가해야 한다. 외국은 특정한 목적이나 도메인별로 모바일상에서 다양한 인터넷은행이 영업한다. 예를 들면 자동대출 전문 인터넷 은행도 있다. 소상공인들이 계좌를 만들어 필요한 자금을 대출한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우려할 점도 있지 않나.

▲은행은 돈을 다루는 산업이다. 대주주는 윤리와 도덕성에 철저해야 한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기존 금융거래보다 시스템이 간편하고 편리하다. 영업점이 없어 수수료가 은행보다 싸다. 문턱이 낮아 인터넷 전문은행은 서민을 위한 은행이다. 대주주가 도덕적 해이나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철저히 들여다봐야 한다. ‘은산 분리’ 완화 여부도 쟁점이다.

-인터넷 전문은행 미래를 어떻게 보나.

▲활성화할 것으로 낙관한다. 우리는 ICT 환경이 외국보다 월등히 좋다.

-기존 은행은 어떻게 대응하나.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소비자 위주로 변해야 한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등장하면 고객유치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기존 은행이 수수료를 대폭 내리고 고객맞춤형 서비스를 해야 한다.

-외국과 핀테크 격차는 어느 정도인가.

▲ICT는 한국이 앞서지만 핀테크 사업은 5년 이상 뒤졌다. 외국은 유학생 송금 전문 핀테크 업체도 있다. 한국은 외국 유학생에게 돈을 보내려면 외환송금법에 따라야 하며 마음대로 보낼 수 없다. 절차도 복잡하다. 세계 100대 핀테크기업에 중국기업은 있어도 한국기업은 없다. 서글픈 현실이다.

-요즘 P2P 대출이 관심이다.

▲외국은 개인 간 금융거래인 P2P(Peer to Peer)를 핀테크산업으로 인정한다. 킥스타터는 크라우드펀딩 기업이다. 미국은 후원금식으로 투자받아 대출해 준다. 우리도 P2P를 빨리 도입해 스타트업 희망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P2P는 금융시장을 넘어 음원시장같이 다양한 분야로 퍼지고 있다. 현행 금융규제가 풀리면 P2P 대출이 가능하다. 이게 활발하면 창업이나 창조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 지난 8월 핀테크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위원장이다. 새누리당이 핀테크 생태계 조성을 위한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지만 야당이 반대하면 통과가 어렵다.

-핀테크에서 가장 중요한 게 보안이다. 어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나.


▲보안이 가장 중요하다. 보안책임은 기업에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기업이 책임을 진다. 그동안 금융 사고는 정부가 책임을 지는 형태였다. 정부가 금융기관에 지시해 보안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나타난 대표 사생아가 액티브X다. 금융기관에서 금융 사고가 나면 정부 지시대로 했다며 책임을 정부로 떠넘겼다. 이것을 바꿔야 한다. 보안시스템은 은행이 책임지고 알아서 구축하고 사고가 터지면 은행이 책임을 져야 한다.

-핀테크 전문 인력은.

▲핀테크는 특수한 산업이다. 금융과 IT를 다 알아야 한다. 금융 전문가나 IT 전문가는 많지만 두 분야를 다 아는 핀테크 전문가는 극히 일부다. IT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해야 핀테크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전문 인력 양성이 급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국회 핀테크특위에서 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안을 미래창조과학부에 건의한다. 금융과 IT 능력을 겸비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게 목적이다.

-개선할 법과 제도는.

▲개선할 게 너무 많다. 핀테크를 미래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면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신용정보법 때문에 빅데이터 분석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할 수 없다. 식별정보는 규제하고 비식별정보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얼마 전 독일에 가서 도이치뱅크와 금융연합회 관계자를 만났다. 독일은 핀테크 초기에는 규제를 하지 않다가 규모가 커지면 상황에 따라 규제를 한다. 미국은 네거티브 규제다. 우리도 큰 틀에서 네거티브 규제를 해야 한다. 지금은 금융위원회가 핀테크를 주도하지만 핀테크 연구개발(R&D)과 인력양성을 위해 미래창조과학부가 나서야 한다. 두 부처가 역할을 분담해 핀테크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개방형 플랫폼도 구축해야 한다. 핀테크 경쟁에서 뒤지면 창조경제 구현이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없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학교 SW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가 정규 과정에 SW 교육을 포함한 것은 잘한 일이다. SW 교육은 대세다. 디지털 경제시대 프로그래밍을 배우면 창조융합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다만 준비가 완벽하지 않다. 이왕 교육을 할 바에는 성과를 내야 한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SW 교사를 양성하고 교재도 만들어야 한다.

-그게 쉬운 일인가.

▲예산확보가 쉽지 않다. 일정 기간 국내 SW기업과 이 분야 전문가들이 자원봉사를 해야 한다. 방과 후 교실에 SW기업체 직원이나 나처럼 학교에 있는 사람이 학생을 지도했으면 한다. 그런 요청이 오면 기꺼이 자원봉사를 할 생각이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SW 교육을 제대로 못하면 결국 우리 손해다. 이제 SW 교육이라는 틀이 만들어졌으니 SW기업과 전문가들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자원봉사를 해야 한다. 온라인교육도 해야 한다.

-글로벌 SW기업 육성 방안은.

▲국내 공공기관과 대기업에서 국산 SW를 사용해야 한다. 지금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사용 제품을 보면 외산 비율이 높다. 이런 환경과 풍토에서는 국내 SW기업이 성장할 수 없다. 국내 공공기관과 대기업에서 쓰지 않는 제품을 외국에서 사용하겠나. 정부가 글로벌 SW기업을 육성하려면 국산 SW를 공공기관에서 먼저 사용해야 한다. 국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국산 SW를 사용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게 싫은 거다. 이런 상황이라면 외산제품이 독점하다시피 한 국내 시장에 국산 SW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정부가 국가품질보증제를 만들어 국산 SW를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일부 외국 업체는 국산 SW 제품이 경쟁력이 있으면 일시적으로 덤핑을 해 장난을 한다. 국내 SW기업도 글로벌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중동시장에 현지합작 SW기업을 설립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우리 기술과 외국 자본 합작으로 현지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올해 연구원의 역점사업은.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혁과 환경조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유럽과 중동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해 글로벌 핀테크기업 육성에 나설 방침이다.

-좌우명과 취미는.

▲‘운(運)은 계획에서 시작한다’가 좌우명이다. 계획이 있어야 운도 따르는 법이다. 취미라면 잘하지는 못하지만 골프와 헬스다.

박수용 신임원장은 서강대 컴퓨터공학 학사, 플로리다주립대 컴퓨터정보과학 석사, 조지메이슨대 SW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서강대 교수로 정보통신대학원 원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전문위원, SW정책연구회 운영위원장,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을 거쳐 현재 글로벌핀테크연구원장과 국회 새누리당 핀테크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이현덕대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