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카카오, 자발적 규제로 상생과 혁신의 길 찾자

[기고]카카오, 자발적 규제로 상생과 혁신의 길 찾자

올해 국정감사에서 기업 총수 중 유일하게 3연속 출석.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이야기다. 카카오톡 사용자는 3650만명(6월 말 기준)으로, 스마트폰 이용자 대부분이 가입한 '국민 SNS'로 불린다. 김범수 의장은 정무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증인으로 채택돼 모두 출석했다. 그는 증언대에서 “앞으로 카카오가 지향해 나갈 것과 하지 말아야 할 영역을 정확히 구분해서 최대한 빨리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한 여론을 의식한 듯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손을 뗄 것으로 가닥 잡은 사업은 미용실 예약 서비스 '카카오 헤어샵', 동네 문구점·완구점을 위협한다고 지적받은 문구·완구 소매업, 꽃배달 중개 사업 등이다. 카카오는 이보다 앞선 9월 14일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을 통해 '골목상권 침해 사업 철수' '파트너와 동반성장'에 기반을 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또 5년 동안 30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 조성과 운용 계획안을 올해 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막강한 시장 장악력을 무기로 해서 과도한 수수료로 수입을 올리고, 무제한적 사업 확장으로 시장경제 독과점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9월 15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입법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 관련해 “180만 중소입점업체를 보호하고, 플랫폼 기업과 입점 업체가 동시에 혁신 및 성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제를 목표로 했다”고 강조했다.

규제 강화는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 기반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교각살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혁신 기업의 싹을 잘라 국내 플랫폼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하고 미래 먹거리를 사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의 혁신성은 무엇보다 요구되는 핵심 역량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플랫폼 기반 기업은 산업 특성상 경쟁력 강화와 생존전략 차원에서 정보기술(IT) 기업 대상 인수합병(M&A)을 지속 시도할 것이다. 이미 일상생활 깊숙이 뿌리내린 플랫폼 비즈니스 환경은 우리에게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과제를 남겼다. 기업의 혁신적 기술과 성과의 독점적 지배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지금 카카오에 필요한 건 자발적 규제다.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정부는 기업과 시장을 원하는 대로 규제할 수 없으며, 이러한 접근은 시장경제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혁신적 기술개발과 독점적 시장 영향력 사이에서 상생과 성장을 위한 최선의 해법은 카카오 스스로 찾아야 한다. 카카오는 그 해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잘 만들 수 있다. 기술과 그에 따르는 성과는 기업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카카오 스스로 취하는 조치가 가장 효과적이며, 자발적 규제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반경쟁적 요소, 이해관계자 보호, 운영의 합법성 등을 경영체제 중심에 두는 자발적 규제가 절실한 시점이다.

카카오의 비즈니스 모델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그만큼 국민의 기대와 걱정도 함께 커지고 있다. 혁신의 성과는 전통적 경제에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독점적 지위에 의한 강력한 시장 지배력은 기존 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그 과정에서 노동시장 붕괴를 야기한다.

초심으로 돌아가자. 문어발식 확장은 자제하고 기술개발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증진하는 한편 다가올 새로운 시대를 창조하고 선도하는 혁신기업의 본질에 충실하자. 카카오가 '국민 SNS'를 넘어 '국민 플랫폼'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조휘형 김포대학 마케팅경영과 교수·UKP미래경영연구소장 hhcho@kimpo.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