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푸드가 세계인의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 라면과 김치 등 대표 품목은 물론 과자·소스·간편식·디저트·신선식품으로 수출 영역이 확장됐다. 미국과 중국 등 기존 주력 시장에 이어 중동·중남미·유럽에서도 K푸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KOTRA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K푸드 수출액은 114억6000만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 2015년 이후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7.3%에 달했다. 전체 소비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8%로 확대됐다.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K푸드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53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콘텐츠 소비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제품 노출이 늘어난 가운데, 한류 콘텐츠 인기를 식품 구매로 연결하는 마케팅과 현지 소비자의 입맛·문화에 맞춘 제품 전략이 수출 확대를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된다. K푸드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국내 식품산업의 주요 수출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한류 콘텐츠가 불러온 관심을 실제 구매로 연결하는 단계를 넘어 현지 생산과 공급망, 판매망을 구축해 반복 구매를 끌어내는 것이 식품기업들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우리나라 식품제조기업들은 국내 생산 제품을 해외로 보내는 전통적인 수출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생산시설과 유통망을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각국에 속속 거점을 구축하고 현지 식문화와 지역별 입맛에 맞춘 메뉴를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한국의 맛을 세계인의 식탁에 올리려는 한국 식품업계의 글로벌 영토 확장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라면에서 디저트·신선식품까지…수출 품목 다변화
한국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에서 노출된 음식은 해외 소비자가 한국 식품을 접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유튜브와 틱톡 등 SNS에서는 매운 라면 먹기와 음식 조리 영상이 확산하며 제품 인지도를 높이고 구매를 유도했다. 콘텐츠를 통한 관심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면서 식품기업들이 공략할 수 있는 시장도 넓어졌다. 여기에 현지의 식문화와 종교적 특성을 고려한 할랄 인증, 비건 제품, 무(無) 글루텐 등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이 더해졌다.
실제로 라면은 K푸드 수출의 중심이다. 올해 상반기 라면 수출액은 9억354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9% 급증했다. 과자류와 음료, 쌀가공식품, 아이스크림 등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라면의 인기가 K푸드에 향한 각국 소비자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가운데 다양한 식품군이 뒤를 받치면서 수출 품목 저변을 넓히고 있다.

기업들의 전략도 제품 다변화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한국식 메뉴를 소개하는 데서 나아가 현지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구매하고 활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진화하는 것이 수출 확대의 필수 조건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농심은 최근 40주년을 맞이한 '신라면'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확대하는 동시에 현지 소비자의 입맛을 고려한 제품 개발과 스낵 등 품목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를 중심으로 치킨과 김밥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고, 국가별 식문화에 맞춘 상품을 선보이며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특정 제품의 인기를 다른 상품군으로 확장해 브랜드의 활용 범위를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중국 넘어 중동·중남미·유럽으로…현지화가 승부처
시장 다변화도 뚜렷하다. 미국은 2026년 상반기 K푸드 수출액이 10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하며 최대 수출시장 지위를 유지했다. 중국 역시 8억1000만달러로 9.4% 늘었다. 동시에 중동 수출은 25.2%, 중남미는 19.5%, 유럽은 17.9% 증가해 주요 권역 가운데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기존 주력 시장의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지역에서 수요를 확보하는 흐름이다.
지역별로 성장 품목도 달랐다. 중남미에서는 라면과 김치, 유자, 딸기 등의 수출이 증가했고, 유럽에서는 라면·과자·소스·쌀가공식품과 함께 열처리가금육 수출이 확대됐다. 중동은 전쟁 발발 직후 물류 차질로 수출이 위축됐지만, 이후 우회 운송 경로 확보와 일부 품목의 수출 회복에 힘입어 상반기 성장률이 주요 권역 중 가장 높았다. 시장별로 인기 품목과 유통 환경이 다른 만큼, 진출 국가의 소비 특성과 물류·인증 요건을 반영한 전략이 중요해지는 추세다.

식품기업들은 현지 생산과 국내 수출기지를 병행하며 공급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미국·일본·유럽에서 생산 거점을 확대해 비비고 제품의 현지 공급 기반을 넓히고 있다. 농심은 미국과 중국의 현지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동시에 부산 녹산 수출 전용공장을 통해 해외 공급 물량을 늘리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생산은 수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국내 수출기지는 여러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두 방식의 병행이 주목된다.
외식 프랜차이즈는 현지 매장과 파트너십을 중심으로 글로벌 영토를 넓히고 있다. 제네시스BBQ는 주요국 매장 확대와 함께 스페인 등 유럽 거점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bhc를 운영하는 다이닝브랜즈그룹은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현지 사업자와 협력해 출점을 확대하는 전략을 활용한다. 지역별 입맛에 맞는 메뉴 개발과 할랄 등 식품 기준 대응, 원·부재료 공급 안정성, 조리 품질의 표준화가 지속적인 확장의 조건이다.

다만 K푸드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물류 불안과 국가별 식품 규제·인증, 검역 요건 등 여러 제약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선식품은 냉장·냉동 유통체계가 수출 성과를 좌우하는 데다, 현지에서 유사·모방 제품이 유통되면 브랜드 가치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K푸드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위해 신규 시장으로의 외연 확장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한류 수용도를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진출을 고려하고, 현지 시장에 부합하는 맞춤형 마케팅·현지화 전략으로 소비자를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