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나 배우도 방송제작 기여도를 인정받아 저작권을 배분받는데 정작 제작사들이 소외된다는 게 앞뒤가 맞나요.”
최근 만난 한 제작사 대표는 방송콘텐츠 저작권 문제를 언급하며 이처럼 되물었다. 이 제작사는 10년 넘게 예능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방송사를 대신해 제작하는 외주제작사다. 제작사 대표는 10여년간 단 한 차례도 저작권을 배분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계약서상 기여도에 따른 저작권 분배 조항이 있지만 일방적 양도계약을 체결해왔다. 이는 한 제작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외주제작사들이 한 목소리로 외주제작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립제작사협회와 드라마제작사협회는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방송사의 특수관계자(자회사) 조항을 삭제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계류된 것을 계기로 ‘외주인정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9일 밝혔다. 제작사들이 제도 개선 핵심으로 꼽는 것은 저작권 배분이다.
외주인정기준에 저작권 분배를 명시하자는 것. 현행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저작권은 제작기여도에 따라 나눌 수 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게 제작사들의 주장이다.
박상주 드라마제작협회 사무국장은 “표준계약서에 저작권 조항이 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는 사례가 없다”며 “방송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방송사는 외주를 자회사에게 몰아주는 일까지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사무국장은 제작사들이 저작권을 배분받지 못하면서 재방송이나 IPTV 재전송, 해외 판매 등 2차 저작권 유통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대식 독립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예능과 다큐멘터리 제작사는 방송사에서 충분한 제작비를 받지 못하면서 저작권마저 일방적으로 양도를 강요받는다”고 말했다. 더욱이 방송사는 드라마를 제외한 방송물에 저작권 활용 의지가 낮은 반면에 제작사는 자체 제작 콘텐츠에 대한 판매 의지가 높은 만큼 이를 활용하면 더 많은 수익가치를 나눌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외주제작비율 의무 확대와 함께 의무비율과 관련한 외주인정기준에 저작권 배분을 명시하자고 제시했다.
하지만 외주제작사의 이러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방송사가 저작권 계약이 사적 계약인 점을 고려해 강제조항을 외주인정기준에 담는 것을 거부한데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곽진희 방통위 편성평가정책과장은 “저작권 분배 조항을 외주인정기준에 포함하는 것은 저작권법 개정이 이뤄져야 가능하다”며 “현재로선 외주인정기준에 저작권 조항을 포함시키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곽 과장은 양측의 의견과 방송법 개정안에 맞춰 외주인정기준을 바꾸는 작업을 연말까지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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