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마이데이터 시행 100일…단기 안정화 '성공적', 새로운 경험은 '숙제'

개인 데이터 주권 회복 일조
연말 100여개 기업 진출 예상
은행-카드-핀테크 경쟁 치열
신기술로 서비스 고도화해야

[스페셜리포트]마이데이터 시행 100일…단기 안정화 '성공적', 새로운 경험은 '숙제'

지난 1월 5일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가 본시행을 시작한지 100일을 맞았다. 시범 서비스 초기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불거졌고 부족한 기관 연결, 정보전송 요구 호출 오류 등으로 서비스 완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시행 100일을 맞은 4월 현재 마이데이터 서비스 체계는 당초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안정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금융 마이데이터에 이어 공공·의료 등 전 분야로 마이데이터 체계를 확산하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다.

◇개인의 데이터 주권 회복, 기업 데이터 활용 기반 갖춰

국내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민감한 개인정보이자 중요도가 높은 데이터로 분류되는 금융권 개인신용정보를 주축으로 도입됐다. 금융·공공·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금융 마이데이터가 가장 먼저 확산을 시작한 이유다.

마이데이터 도입 이전에는 사용자가 서비스 가입·이용 과정에서 '개인정보제공 및 수집에 동의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네' 혹은 '아니오'로만 답변할 수 있었다. 만약 동의했다면 이후 해당 기업이 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고 그 결과 내가 어떤 서비스나 이익을 누리는지 알 수 없었다. 단순히 마케팅용 혜택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의 선택 수준에 머물렀던 셈이다.

마이데이터 도입 후 사용자는 기업에 내 정보제공 동의 여부를 좀 더 명확히 표현하고 이후 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개인이 원하면 언제든 데이터 제공도 쉽게 중단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권리(주권)를 명확히 행사하고 데이터 제공에 따른 혜택과 이익을 분명하게 돌려받는 체계가 형성된 것이다.

마이데이터 도입은 결국 기업이 합법적으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과 제도를 강화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정부는 마이데이터 체계에서 정보보호를 강화하고 개인의 정보제공 동의 체계를 구체화하기 위해 업계와 오랜 논의를 거쳐 기술·제도 장치를 마련했다. 신용정보원을 마이데이터 산업 총괄 지원기관으로 삼고 2019년 4월부터 2020년 7월까지 마이데이터 워킹그룹을 운영하며 정보항목 표준화 등 초기 산업 형성을 위한 주요사항을 업계와 협의했다.

본시행 1년을 앞두고 작년 2월 마이데이터지원센터를 신용정보원에 개소하고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이후 마이데이터 종합포털 개설, 중계기관 구축 등이 이어지며 마이데이터 산업 핵심 인프라를 점차 완성해갔다.

정부 주체로부터 공동인증서 등 본인확인수단을 위탁받아 정보를 수집하는 스크린 스크레이핑 방식을 금지하고 정보보안기술을 적용한 표준API 방식으로 전면 전환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고객 인증정보를 직접 저장하지 않고 암호화한 대체정보를 활용하고 별도 통합인증 체계를 도입해 본인확인 기능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정보보호 강화를 위한 방안이었지만 더 간편하고 쉬운 금융서비스에 익숙해진 사용자는 초기에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특히 사용자가 마이데이터 체계에서 정보전송 의미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도입한 '알고하는 동의'는 지금도 절차 간소화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마이데이터 본허가 사업자는 56개다. 허가 심의를 받고 있는 곳은 예비허가 신청사와 본허가 신청사를 합쳐 총 25곳이다. 올 연말이면 약 100여개 기업이 마이데이터 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본격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자에 마이데이터 경험 알리기 '안간힘'

마이데이터 본시행부터 각 사업자는 서비스 안정화에 우선 주력해왔다. 정보전송 연결 기관을 최대화해 사용자가 단일 플랫폼에서 은행·카드·증권·보험·저축은행·핀테크 등에 흩어진 금융자산을 한눈에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구현하는데 집중했다. 금융자산을 넘어 부동산과 자동차, 더 나아가 디지털자산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차별화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마이데이터 본시행 직후인 지난 1월 19일 공개한 마이데이터 대국민 인식조사에서 국민 약 75%는 마이데이터에 대해 '알고 있거나'(잘 알고 있다 3.7%, 알고 있다 35%) '최소한 들어본 적은 있다'(35.0%)고 응답했다. IT 친숙도가 높을수록(77.3%), 스마트폰 활용에 적극적인 사람일수록(76.5%) 마이데이터를 알거나,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반면 마이데이터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응답도 25.8%에 달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출범 약 두 달 만에(2월 21일 기준) 39개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출시됐고 누적 125억건 이상 데이터 API가 전송됐다. 누적 가입자는 1840만명(중복집계)으로 나타났다.

오픈뱅킹과 비교해 상당히 빠른 속도로 마이데이터가 대국민 서비스로 안착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지표다. 오픈뱅킹은 출범 2년간 누적 API 전송량이 83억3000만건이었다.

시행 100일 동안 마이데이터 사업자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낸 곳은 토스(비바리퍼블리카)다. 기존 서비스를 마이데이터 체계로 전환하면서 가장 많은 사용자와 월간활성사용자수(MAU)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권에서는 KB국민은행의 KB마이데이터가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보인 것으로 추산됐다.

은행·카드·증권·핀테크 등 다양한 업권에 걸친 사업자들은 자사 마이데이터 서비스 사용자 확대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기반으로 초개인화 서비스를 설계·제공하려면 충분한 사용자 데이터를 우선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용자 입장에서 마이데이터가 어떤 혜택을 주는지 제대로 경험할 수 있으려면 풍부한 데이터 기반과 높은 분석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유료화해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마이데이터로 확보한 고객 데이터를 잘 분석해 만족스러운 초개인화 서비스를 구현하고 여기서 파생되는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 맞다”며 “빅데이터, 머신러닝,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역량을 스스로 갖추고 얼마나 고도화하느냐가 마이데이터 차별화 핵심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