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전쟁과 관세, 국회가 움직일 차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과 관세 카드를 동시에 꺼냈다. 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이 높은 파생 제품에 대해 제품 가격 기준 25%의 관세를 일률적으로 부과하겠다고 선포했다. 세탁기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란과의 충돌로 촉발된 에너지 불안에 고관세 압박까지 한국은 복합 위기 상황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통상 이슈를 넘어섰다. 전쟁은 안보 문제이고, 관세는 산업 문제이며, 유가는 민생 문제다. 각각 따로 대응해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 그만큼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여당의 과제는 속도와 실행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통상 협상과 산업 대응 전략을 뒷받침할 입법과 예산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기업의 미국 현지 투자와 공급망 재편, 에너지 대응에는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 재정 투입을 적시에 결단하지 않으면 정책은 속도를 낼 수 없다.

특히 통상 협상과 연계된 패키지 딜을 추진하려면 정치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산업별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일수록 국회 차원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여당이 이를 조율하지 못하면 협상력 자체가 약화할 수 있다.

야당의 역할도 단순한 비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금과 같은 대외 리스크 상황에서는 견제보다 대안 제시가 더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급망 다변화나 에너지 정책 전환과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입법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 정책의 허점을 짚되, 동시에 현실적인 수정안을 제시하는 것이 책임 있는 대응일 것이다.

무엇보다 국회가 돌아봐야 할 것은 정쟁의 타이밍이다. 통상과 안보가 결합한 위기 상황에서 여야가 과도하게 분열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협상력 약화로 이어진다. 미국이 개별 국가를 상대로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내부 분열은 가장 취약한 고리가 된다.

국회 차원의 초당적 대응 체계도 고민해야 한다. 통상·에너지·안보를 아우르는 특별위원회 구성을 넘어 정례적인 여야 협의체 가동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정책 방향을 둘러싼 경쟁은 필요하지만, 최소한의 공통 대응 전략까지 흔들려서는 안 된다.

또 하나 짚어야 할 부분은 입법 지연 리스크다. 산업 지원과 관련된 법안들이 정쟁에 묶여 처리되지 못할 경우, 우리 기업들은 대응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정치 일정과 산업 현실 사이의 간극을 줄여 나가야 한다.

에너지 문제 역시 정치의 영역이다.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에너지 수급과 가격 안정 대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재생 에너지 확대와 원전 정책, 비축 전략 등 민감한 이슈일수록 정치권의 합의가 중요하다.

정치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단기적인 공방에 집중할 것인지, 아니면 중장기 국가 전략에 무게를 둘 것인지의 선택의 갈림길에 있다. 관세와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는 통제할 수 없지만, 대응책 마련은 여야와 정부, 기업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사안이다.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 지금 당장 완벽한 해법을 찾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다만 방향이 분명한 정책과 이를 뒷받침할 협치는 시급한 과제다. 정치권의 책임감 있는 행보를 기대한다.

정치연 정치정책부 기자
정치연 정치정책부 기자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